수컷 치타 두 마리가 함께 사냥한 임팔라를 허겁지겁 먹고 있다. 대형 포식자의 절취 기생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앤 힐본 제공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초원에서 최고의 사냥 성공률을 기록하는 포식자는 치타이다. 두번 추격해 한번꼴로 사냥감을 잡으니 다른 포식자보다 여러 배 높다. 보통 100m 안쪽의 거리에서 임팔라 등을 최고 시속 112㎞로 순식간에 제압한다.
초원의 스프린터가 되려면 키가 크고 머리가 작은 늘씬한 체격이 불가피하다. 다른 포식자의 발톱은 완전히 감추어져 단검처럼 날카롭지만, 치타의 것은 반쯤 드러나 무뎌져 무기가 되기 힘들다. 당연히 치타는 잡은 먹이의 상당 부분을 사자나 점박이하이에나 같은 대형 포식자에게 빼앗긴다. 표범처럼 나무 위로 사냥한 먹이를 끌어올리지도, 맹수를 힘으로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잡은 먹이를 도둑맞는 비율은 10∼15%로 알려졌지만, 때론 절반에 이르기도 한다.
임팔라를 사냥한 치타가 먹이의 일부를 서둘러 먹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제리 프리드먼,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3분 뒤 점박이하이에나가 눈치를 채고 다가왔다. 다른 하이에나도 뒤를 따랐다. 제리 프리드먼,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38초 뒤 치타는 저항 없이 먹이를 포기했고 하이에나와 독수리가 먹이를 차지했다. 제리 프리드먼,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치타가 사냥해 먹이를 확보하는 행동을 장기간 관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앤 힐본 미국 버지니아공대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세렝게티에서 지난 35년 동안 치타 159마리의 사냥 400차례를 관찰해 과학저널 <행동생태학과 사회생물학> 최근호에 결과를 보고했다.
치타의 포식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대형 포식자를 피하는 것이다. 주로 밤중에 사냥하는 사자 등과 달리 치타는 대낮에 사냥한다. 대형 포식자가 많아 어차피 부닥치는 상황이라면 두가지 대응책이 있다. 외톨이거나 아직 새끼가 너무 어려 사냥에 데려오지 않은 암컷은 사냥한 먹이를 최대한 빨리 먹는다. 물론 대형 포식자가 눈치채고 접근하면 싹싹하게 포기한다. 대형 포식자의 절취 기생을 염두에 둔 행동이다.
새끼 치타는 먹는 속도가 느리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커 사냥감을 잡은 어미는 먹기보다 경계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루카스 카퍼, 위키미디어코먼스 제공
새끼가 있는 치타 암컷은 잡은 먹이 곁에서 숨을 돌리고 주변을 경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치타가 새끼를 잃는 가장 큰 원인은 대형 포식자의 공격이다. 새끼를 잃느니 먹이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 새끼는 입이 작은데다 집중력이 떨어져 먹다가 놀거나 쉬기 때문에 먹는 시간도 길다. 연구자들은 “치타 같은 중형 포식자가 대형 포식자 곁에서 살아가는 비결은 이런 유연성 덕분”이라고 밝혔다. DOI: 10.1007/s00265-018-248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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