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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각방 쓰고, 가짜 알 품고… 동물 피임법의 세계

등록 2018-05-02 10:19수정 2018-05-02 11:03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개체수 관리하기 위한 동물원의 피임법
무리 짓는 사슴·양은 울타리로 암수 나눠
새대가리? 새는 똑똑하다, 알의 개수도 안다
자기 알인지 모를 뿐… 가짜 주면 더 안 낳아
동물원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체수를 관리한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오랑우탄이 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동물원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체수를 관리한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오랑우탄이 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동물은 사춘기 없이 곧장 어른이 된다. 동물이 사춘기가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만큼 어른이 빨리 된다는 얘기다. 고라니는 생후 7~8개월 후부터, 사슴과 말은 2~3년 후부터 임신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새끼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엄마가 된다. 새끼가 다 크면 엄마는 슬슬 다시 임신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새끼를 낳으니 후손이 부쩍부쩍 늘어난다. 하지만 많이 낳아도 크면서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죽어서 다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다. 어른이 된 놈은 겨우 손꼽을 정도다. 천적이 없는 동물원에서 매년 쏟아지듯 태어난 새끼를 다 수용할 수 있을까? 피임이라도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동물들이 봄에 새끼를 낳는 이유

사람은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60년대엔 7~9명까지도 낳았으나 요즘엔 한두 명만 낳는 편이다. 젊을 때 단지 몇 명씩 낳아 자기 유전자를 공유한 자식이 잘 성장하게 최선을 다해 돌본다. 대부분 어른으로 성장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도 같은 이치다.

하지만 동물은 사람처럼 오랫동안 돌보지 않고 많이 낳아 그중 일부가 살아남게 하는 전략을 쓴다. 동물은 새끼가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만 돌보고 다시 임신한다. 새들은 매년 알을 낳는다. 임신 기간이 길건 짧건 평생 새끼를 낳는다. 죽기 몇 년 전까지, 어떤 경우는 죽는 그 해까지 새끼를 낳는다. 자기 유전자를 공유한 후손을 남기려는 본능이며 어른으로 성장한 자식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 동물에서 어린 새끼가 다 커 부모를 떠나면 그것으로 부모와 자식 관계는 끝이다. 부모는 자식이 곤란한 상황이나 힘든 일이 닥쳐도 남처럼 본체만체한다. 태어난 어린 자식을 돌봐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2015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새끼 기린.  서울대공원 제공
2015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새끼 기린. 서울대공원 제공
동물은 대체로 봄에 새끼를 낳는다. 봄에 새끼를 낳아야 여름과 가을을 지내면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자란다. 조류도 그렇고 포유류도 그렇다. 조류의 경우 봄에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여름이 될 무렵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만큼 자란다. 이쯤 되면 부모가 자식 돌보는 책임을 다하고 한숨 돌릴 시기다. 예로서 봄에 알에서 깨어난 까치 새끼가 7월 초순쯤에 털갈이를 한다. 칠월칠석날 무렵에 대머리 까치가 종종 눈에 띈다. 까치가 까마귀랑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 오작교를 만들어 머리털이 빠진 것일까? 아니다. 봄에 알에서 깬 까치가 커서 어른이 되려고 털갈이하는 중이다. 봄에 태어난 고라니 새끼도 늦가을이 되면 슬슬 엄마랑 지내는 것보다 혼자 놀기 좋아한다. 다 커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 없단 얘기다.

새들에겐 가짜 알을 준다

매년 봄이면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가 한둘이 아니다. 새끼가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경사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는 국내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거나 외국으로 보낸다. 멸종위기종일수록 원하는 곳이 많다. 너도나도 보유하고 있는 흔한 동물이라면 서로 데려가려고 눈독을 들이진 않는다. 천덕꾸러기는 아니지만, 인기가 없다. 이런 새끼가 태어나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길러야 한다. 새끼와 함께 사룟값 등 유지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놈이 차지할 공간이 가장 큰 문제다. 집을 아파트처럼 층층이 지어 입주시킬 수도 없고 한곳에 우글우글 기를 수도 없다. 그래서 애초부터 임신을 못 하게 한다.

동물원에서 가장 흔히 쓰는 피임은 암컷과 수컷이 각방을 쓰게 하는 것이다. 암컷과 수컷이 함께 생활하게 할지라도 발정 시기가 되기 전에 분리해서 따로따로 자게 한다. 사슴이나 양처럼 개체수가 많은 종에서는 목욕탕에서 남탕과 여탕이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암컷은 암컷끼리 수컷은 수컷끼리 격리한다. 혈기왕성한 놈들의 본능을 막아 살짝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조류의 경우 봄에 둥지를 다 만들면 석고로 만든 가짜 알을 넣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알을 낳지 않고 가짜 알을 자기 알로 알고 품는다. 가짜 알이니 새끼가 깨어나지 않는다. 이래서 ‘새대가리’라는 말이 생겼나? 아니다. 새들은 똑똑하다. 알의 개수를 안다. 다만 자기 알인지 아닌지 모를 뿐이다. 예전에 갈매기 연구할 때 알을 낳기 시작한 둥지에 다른 갈매기가 낳은 알을 빼앗아 넣어줬더니 더 낳지 않았다. 반대로 알을 낳으면 빼내고 또 낳으면 또 빼냈더니 계속 알을 낳는 걸 봤다. 양계장에서 닭이 알을 낳는 것처럼 갈매기도 계속 낳았다.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하마 방사장에서 밥먹는 하마.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하마 방사장에서 밥먹는 하마.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필요하면 유인원의 경우엔 팔에 캡슐 모양의 호르몬제를 삽입해서 임신이 안 되게 한다. 영구피임으로 정관수술과 난관수술이 있다. 배란을 억제하는 약을 먹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영구피임이나 약을 먹이는 방법은 잘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종에게 피임을 시키지 않는다. 임신이 안 돼 대를 잇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는 놈들도 있다.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다. 발정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지 배란이 언제쯤 될지 호르몬 검사도 한다. 암컷과 수컷을 따로 지내게 하다 배란기 무렵 합방시키기도 한다. 서로 애틋하게 만들어 눈에 콩깍지 껴 만나자마자 임신하게 하려는 의도다. 관람객이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에 따로 생활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특별 관리도 한다. 이게 번식장이나 관람객이 보이지 않은 안쪽 방사장이다. 고릴라, 코뿔소, 코끼리, 판다, 랫서팬다 등 이런 귀한 종은 어느 동물원에서나 탐낸다. 새끼 낳으면 서로 데려가겠다고 줄 서 있는 종이라 언제 새끼를 낳을지 손꼽아 기다린다.

솔직히 개체수를 확 줄여야

동물원의 가장 큰 기능은 종 보전센터 역할이다. 관람객이 휴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보전의 교육 기능도 한다. 휴식하면서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고 갈 수 있게 곳곳에 메시지도 담아놨다. 동물원에 나들이하면서 쉬고, 추억도 쌓고 알게 모르게 덤으로 자연을 배운다.

동물원에서 인기 있는 것 중 하나가 새끼동물이다. 볼거리를 생각하면 새끼를 많이 낳게 해야 하나, 동물원에서는 매년 모든 동물이 새끼를 낳게 하지는 않는다. 동물이 많아지면 개체마다 차지하는 면적이 좁아서 그렇다. 솔직히 개체 수를 확 줄여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려면 피임이 필수다. 정말 필요한 종만 새끼를 낳게 한다. 태어나 다른 동물원으로 갈 곳이 정해진 경우에만 새끼를 낳게 해야 한다. 동물원 속사정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동물원에 와서 어린 동물을 보려는 마음보다 이런 멋지고 예쁜 동물을 자연에서 볼 수 있게 환경을 잘 보호하자는 마음이 싹 트면 좋겠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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