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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호랑이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아라

등록 2018-05-06 10:21수정 2018-05-07 18:02

[애니멀피플] 에버랜드 타이거밸리 ‘집들이’ 가봤더니
한국범보전기금 함께 꾸린 한국호랑이 생활공간
여유 생긴 호랑이들…“종 보전 관심으로 이어지길”
한국호랑이 ‘수호’가 통나무 다리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한국호랑이 ‘수호’가 통나무 다리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호랑이다!”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동물원을 찾은 아이들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호랑이사를 향해 달렸다. 커다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아이들과 호랑이가 얼굴을 맞댔다. 3살 한국호랑이 수호와 태백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다. 태백이가 통나무를 엮어 만든 외나무 다리 위로 풀쩍 뛰어 오르더니 나무에 발톱을 긁었다. 수호는 높이 달아뒀던 헝겊 주머니 안의 고기를 뜯어낸 것이 뿌듯한지 몇번이나 주머니를 들고 사냥감처럼 흔들어댔다.

지난달 17일 에버랜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야생동물 보존과 어린이 교육 기능을 강화한 ‘생태형 동물원’으로 변화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 단장한 호랑이사다. 기존 100평 가량의 호랑이 생활공간을 두 배 이상 확대해 ‘타이거밸리’를 개장했다. 타이거밸리 맞은 편에는 한국범보전기금과 함께 한국호랑이 보전교육장을 마련했고, 한국범보전기금의 ‘두만강 한국호랑이 생태통로 프로젝트’도 지원한다.

새로운 환경이 호랑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줬을까. 3일, ‘애니멀피플’이 직접 동물원을 찾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호랑이들의 움직임이었다. 기존 호랑이사에서 호랑이들은 먼 발치의 동상처럼 정적인 모습이었다. 동물원 내에서도 시설을 보수한 지 오래된 공간이었던 호랑이사는 동물원 입구에 위치해 관람객의 발길과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었지만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호랑이 생활공간과 관람객 공간 사이에는 7m 폭의 물이 고여 있는 계곡이 있었다. 낭떠러지를 앞에 둔 섬같은 그 곳에서 호랑이들은 지루한 듯 바위에 걸터 앉아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거나 등지고 누워 잠을 청하곤 했다.

지난 3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호랑이의 생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지난 3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호랑이의 생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하지만 바뀐 공간에서 호랑이들은 생활 공간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뛰기도 하고, 두 마리가 뒤엉켜 장난을 치고, 통나무 위에 올라서고, 풀 냄새를 맡고, 꽃을 뜯어먹으며 놀았다. 변화는 호랑이들을 오래 지켜본 사육사와 동물원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이광희 사육사는 호랑이들이 “활발해지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공간을 기획한 송혜경 책임도 덧붙였다. “(생활 공간을 리모델링한 후) 한동안 공간을 관람객들의 시선이 닿지 않게 막아두고, 호랑이들에게만 개방했다. (내실과 호랑이사 사이에) 환풍을 위한 창문이 있는데 3월에는 거기부터 조금씩, 새로운 냄새를 맡고, 공간을 조금씩 살피고, 막아둔 장막을 차례로 걷으면서 호랑이들에게 먼저 적응할 시간을 줬다. 처음에는 지금보다 훨씬 활발하게 탐색했다. (백두산을 염두에 두고 꾸민) 식물을 다 뜯어먹어보기도 했다.”

바뀐 호랑이사에는 기존에 비해 다양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통나무를 엮어 외나무 다리를 만들어 호랑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게 꾸미고, 키가 큰 장대 2개의 꼭대기에는 고기를 넣은 황마 주머니를 달아 호랑이들의 성취감을 도모했다. 나무를 엮은 로프는 야자껍질을 소재로 해 호랑이들이 먹어도 되는 재질로 만들었다. 생활공간 안에 놓인 통나무들은 1주일에 1번 이상 사육사들이 위치를 바꾼다. 해외에서 구매한 행동풍부화 전용 공은 100㎏을 훌쩍 넘는 호랑이들이 아무리 누르고 발로 쳐도 찢어지지 않는다고 이광희 수의사가 설명했다.

호랑이가 활발히 뛰어노니 관람객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송혜경 책임이 관람객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며 덧붙였다. “한국 사람들이 호랑이를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번에 많이 느꼈다. 그냥 보고 흘리는 게 아니라 호랑이에 관심을 갖고, 보호와 보전에 관심으로 이어졌음 한다.” 송 책임은 “타이거밸리 설치 이후 호랑이사 앞에서 진행하는 동물보호단체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도 덧붙였다.

한국호랑이 수호(왼쪽)와 태백이는 에버랜드의 한국호랑이 생활공간 ‘타이거밸리’에 함께 지내는 짝이다.  사진 에버랜드 제공
한국호랑이 수호(왼쪽)와 태백이는 에버랜드의 한국호랑이 생활공간 ‘타이거밸리’에 함께 지내는 짝이다. 사진 에버랜드 제공
호랑이사 맞은 편의 교육 공간은 한국범보전기금과 함께 꾸몄다. 한국호랑이의 특징과 분포 범위와 생태 관찰 방법 등을 소개했다. 한국범보전기금의 두만강 한국호랑이 생태통로 프로젝트는 두만강 하류의 러시아, 중국, 북한의 접경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한국호랑이의 생태통로를 두만강을 따라 북한 백두산 지역까지 확보해 한반도에 한국호랑이를 복원하는 것을 계획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이번 타이거밸리에서 지내게 된 4마리 한국호랑이들도 이름을 얻었다. 개체 번호로만 불리던 호랑이들은 ‘백두대간 호랑이 수호’라는 의미에서 각각 수호, 태백, 금강, 두만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한국범보전기금 대표인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타이거밸리 조성과 관련해 “한국호랑이가 자연 상태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 호랑이 생태통로를 복원하는 것은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애피’와 만난 정동희 그룹장은 “지난 겨울 AZA(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 코칭을 받은 것을 근거로 노후된 시설을 바꾸고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이거밸리라고 할 수 있겠고, 이를 계기로 동물원의 기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층 생기를 얻은 호랑이처럼,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에게도 봄바람이 불어올까.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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