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코끼리 가즈라히의 새로운 삶
마침내 쇠사슬이 끊어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구속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51년의 세월이 하얗게 지워졌다. ‘가즈라히’는 어느새 ‘할아버지 코끼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2018년 6월14일, 자유의 몸이 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할아버지 코끼리는 축하 케이크를 받았다.
어릴 적 포획된 코끼리 가즈라히는 인도 왕족의 결혼 선물이었다. 그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아운드의 한 사원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51년을 보냈다. 종교 행사가 있는 날이면 거친 피부에 색색의 페인트가 칠해졌다. 사람을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행위를 ‘숭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7년 6월, 인도에 가즈라히를 구조하기 위한 바람이 일었다. 인도의 유명 발리우드 배우 싯다르트 말호트라가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모았고, 동물보호단체 ‘와일드라이프 에스오에스’(Wildlife SOS)가 나서 가즈라히를 구조했다. 51년의 고통 끝에 찾아온 기적 같은 일이었다.
가즈라히는 약 70살로 추정되며, 50년 넘게 쇠사슬에 묶인 채 생활해 건강이 좋지 않다. 코끼리의 수명이 40~60살인 점을 봤을 때, 가즈라히는 상당히 늙은 편이다. 그러나 수의사들의 보살핌 아래 천천히 건강을 회복하며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다. 1년이 된 오늘, 구조센터의 직원들은 다시 태어난 가즈라히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를 위한 케이크를 만들었다.
영상·글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지난 14일 구조 1주년을 맞아 코끼리 가즈라히의 생일 축하 파티가 벌어졌다. 아래 사진은 축하 케이크. 와일드라이프 에스오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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