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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다 죽은 새끼…범고래 엄마는 슬프다

등록 2018-07-28 08:20수정 2018-08-03 10:08

[애니멀피플]
죽은 지 나흘 됐는데도 새끼 놓아주지 않아
범고래 ‘애도 행동’에 미국 언론 관심 집중
갓 출산한 새끼가 죽자, 어미 범고래 J35가 사체(오른쪽)를 수면 위로 들어올리고 있다. 이틀 동안 이렇게 50㎞를 이동했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갓 출산한 새끼가 죽자, 어미 범고래 J35가 사체(오른쪽)를 수면 위로 들어올리고 있다. 이틀 동안 이렇게 50㎞를 이동했다. 고래연구센터 제공
엄마는 죽은 새끼를 떠나보내지 못했던 걸까? 어미 범고래가 갓 낳은 죽은 새끼를 보내지 않고 물 위로 계속 띄우면서 데리고 다니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언론이 매일 이 고래의 소식을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 범고래는 새끼가 죽은 지 나흘째인 27일(현지 시간)까지도 새끼를 저세상으로 보내주지 않고 있다.

미국에 있는 민간 고래연구기관 ‘고래연구센터'(CWR)는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남부 정주형 범고래 J35가 새끼를 낳은 뒤 물 위로 들어 올리는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부 정주형 범고래(SRKW)는 미국 시애틀에서 캐나다 밴쿠버까지의 세일리시해에 머물러 사는 범고래 무리다. 연어 등을 잡아먹으며 모계 중심의 사회 집단을 이루는데, 개체 식별과 행동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J35는 남부 정주형 범고래 중 J무리(pod) 35번 고래다.

고래연구센터의 말을 들어보면, 캐나다 밴쿠버섬 남쪽 클로버 포인트에서 J35가 새로 출산한 새끼와 함께 헤엄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건 24일 오전이었다. 최근 이 무리에서 출산 소식이 없는 터였기 때문에 센터는 흥분하며 현장 조사를 나갔다. 하지만 고래연구센터가 현장에 갔을 때, 새끼의 행동이 이상했다. 새끼는 자꾸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고, 어미는 계속해서 부리와 머리를 이용해 새끼를 들어 올렸다. 새끼는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다.

푸젯만에서 한 범고래가 스파이호핑(머리를 내밀고 바라보는 자세)을 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푸젯만에서 한 범고래가 스파이호핑(머리를 내밀고 바라보는 자세)을 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이런 행동은 종일 지속됐다. 해질녁에 J35를 본 주민도 고래연구센터에 목격담을 전했다.

“해질녘 5~6마리의 암컷이 만 입구에서 머리를 내밀고 원을 그리며 헤엄쳤습니다. (고래 무리) 한가운데로 달빛이 비치고 있어서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죠.” 하지만 그는 “날이 어두워져 새끼가 계속 물에 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관찰 결과, J35는 계속해서 죽은 새끼를 들어 올리며 이동했다고 고래연구센터는 밝혔다. 50km 떨어진 캐나다-미국 국경의 새터나섬까지 헤엄쳐갔다.

죽은 지 나흘째인 27일 오후까지도 J35는 새끼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 고래박물관 ‘사운드와치’ 프로그램의 책임자 테일러 쉐드는 ‘시애틀타임즈’와 인터뷰에서 “J35는 길고 깊은 숨을 쉬고 있다. 다른 고래들보다 몇초 더 오래 수면 위에 있다”고 말했다. J35의 가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J35를 따라 헤엄치고 있다.

범고래와 돌고래 일부 종에서 죽은 새끼를 들어 올리는 행동이 간혹 관찰된다. 과학자들은 사회성이 강한 고래류에서 주로 발견되는 ‘애도 행동’으로 보는데, 길게는 일주일까지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동물행동학자 바바라 킹은 시애틀타임즈와 인터뷰에서 “J35가 현재 보이는 행동은 범고래가 하는 기본적인 행동이 아니다. 자신이나 새끼를 돌보는 게 아니라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주의 남방큰돌고래에게도 이런 행동이 관찰된 바 있다. (관련기사 ‘죽지 마, 떠나지 마…남방큰돌고래의 애도’)

세일리시해(푸젯만)의 범고래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고래연구센터는 “최근 20년 동안 남부 정주형 범고래에서 태어난 새끼의 약 75%가 살아남지 못했다”며 “최근 3년 동안에는 출산을 통해 후대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범고래의 출산율과 새끼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먹이와 관계가 있다. 범고래가 즐겨 먹는 먹이인 치누크연어(왕연어)가 이 지역에서 절멸 위기를 겪으며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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