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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우리 겨울 철새, 여름 초원에서 만나니 반갑네

등록 2018-08-03 12:07수정 2019-01-16 11:16

[애니멀피플]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7월에 떠난 10일간의 몽골 탐조 여행
새에 유리한 생태환경 부러운 마음도…
부지런히 새끼 키워 올 겨울 다시 만나자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맹금류 등을 원 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맹금류 등을 원 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새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굉장히 넓은 지역을 오가며 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새들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생태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지난 7월 열흘 동안 몽골로 여행을 떠나 우리나라 겨울 철새를 보고 왔다. 보통 겨울 철새를 이야기할 때, ‘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표적으로 두 지역을 얘기하곤 하는데 한 곳이 시베리아, 다른 한 곳이 몽골이다. 우리 겨울 철새들이 또 다른 시간을 보내는, 몽골의 여름을 경험하고 왔다.

몽골의 자연은 매우 다채롭다. 전반적으로 초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초원 곳곳에 강과 호수를 끼고 있고, 습지가 많다. 남쪽에는 사막이 있고 북쪽에는 타이가 숲(침엽수림)이 있다. 몽골 땅은 남한의 15배가 넘는 데 인구는 불과 3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인구 1인당 면적을 따지면 우리나라의 100배가 넘는 엄청나게 큰 땅이다.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방해하는 요소가 없으니 새에게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번식지이다. 그래서 여름에 만난 우리 겨울 철새들이 그곳에서 열심히 새끼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전체 여정은 울란바토르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초원지대인 쿠스타이 국립공원, 염수호인 차간 호수를 지나, 담수호인 우기 호수를 반환점으로 동쪽으로 이동해 강이 흐르는 쿠구나타나 국립공원과 타이가 숲의 고르히·테렐지 국립공원에서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초원, 강, 호수, 암석지대, 타이가 숲 등 사막을 제외한 전형적인 몽골의 환경을 접했다.

황오리 가족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황오리는 우리나라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철새다.
황오리 가족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황오리는 우리나라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철새다.
워낙 넓은 땅에 새들이 고루 퍼져 있다 보니 하루에 만나는 새의 종류가 절대적으로 많지는 않다. 그러나 조금씩 달라지는 환경에서 매일 다른 새를 만날 수 있었고, 여정 동안 127종의 새들을 만났다. 그중에 겨울에 우리나라로 오는 새는 총 33종이었고, 우리나라에서 나그네새인 경우는 28종이었다. 짝짓기의 절정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어느 정도 자란 어린 새와 어미 새가 함께 있는 모습도 16종이나 관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맹금류의 절정은 겨울인데 반해 몽골은 여름이 절정인데, 초원이라 찾아보기도 쉽다. 도감 속의 맹금류를 원 없이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들이라도 몽골에서는 다른 모습, 다른 생태로 살고 있다. 배가 붉은 제비 아종, 배가 노란 박새 아종, 모래톱에 둥지를 지은 왜가리, 번식기라 혹이 나온 혹부리오리 등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특히 우리나라에 오는 독수리들은 대부분 어린 새라 머리색이 짙은데, 몽골에는 성조가 많다. 나이 많은 독수리들의 머리가 흰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크기가 컸던 둥지에 독수리가 앉아 있다. 흰 머리털이 인상적이다.
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 크기가 컸던 둥지에 독수리가 앉아 있다. 흰 머리털이 인상적이다.
몽골 초원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큰말똥가리,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종이다(왼쪽). 가슴이 붉은 제비 아종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몽골 초원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큰말똥가리,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종이다(왼쪽). 가슴이 붉은 제비 아종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리 겨울 철새가 번식하는 몽골 여름의 느낌과 우리 여름 철새 월동지 중 하나인 타이완의 겨울 느낌은 완전히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었다. 몽골과 타이완은 매우 다른 환경을 가진 곳이지만, 철새 입장에서 두 지역은 한국보다는 훨씬 안정감 있어 보였다. 몽골은 새의 일상을 간섭할 사람 자체가 적어 마음껏 넓은 땅을 누릴 수 있었다. 타이완은 시민들이 철새와 공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돌아보니 마음이 무겁다. 귀국한 주말, 인천 남동 유수지로 저어새를 만나러 갔다. 여름 철새인 저어새는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데, 숨쉬기 힘들 만큼 악취가 심한 곳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생존을 위해 물속을 휘휘 젓고 있었다. 저어새에 관심 있는 분들의 노력이 있지만, 해마다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우리 주변국에서 탐조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생태 환경의 이해가 높아질 때, 아시아의 우리 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철새 서식지 이야기가 다른 나라의 서식지 관리에서 귀감이 되는 그런 아름다운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아시아 철새 경로의 중심지에 있는 한국은 더 그러해야 한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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