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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기를 여건 안 되면, 코끼리 기르지 마라

등록 2018-08-09 08:00수정 2018-08-09 10:01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할머니가 대장인 코끼리 사회
암컷은 남고 수컷은 네살 때 독립
동물원도 알맞은 무리 만들어줘야
2018년 1월27일에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캄보디아 출신 코끼리 ‘캄돌이'와 ‘캄순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코끼리.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2018년 1월27일에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캄보디아 출신 코끼리 ‘캄돌이'와 ‘캄순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코끼리.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사람들은 보통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가족을 이뤄 산다. 자식이 다 커 결혼하면서 새로운 가족을 꾸려 부모를 떠난다. 결혼 전부터 혼자 살기도 한다. 분가했어도 부모를 돌본다. 동물의 가족관계는 어떨까?

사람과 달리 동물의 가족은 엄마와 자식들로 꾸려진다. 아빠는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 엄마와 함께 살던 자식도 다 커 번식하기 전에 엄마 곁을 떠난다. 떠나지 않고 버텨도 엄마가 등 떠밀며 괴롭혀서 독립할 수밖에 없다. 엄마를 떠난 남매도 서로 다른 곳으로 간다. 하찮게 봤을 야생동물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근친번식을 피한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가문이 멸종하지 않고 살길이다. 만약에 자식이 떠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산다면 근친번식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훗날 자연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 적응하지 못하고 후손 모두 몰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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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계 중심의 코끼리 사회

코끼리, 말 등 암컷 중심으로 사는 종은 다른 포유류의 삶과 다르다. 이 종의 가족은 수컷 1~2마리, 암컷 3~5마리와 그 자식들로 이뤄진다. 수컷이 가족과 함께 산단 얘기다. 가족끼리 서로 돕고 산다. 늑대 같은 천적이 습격해오는지, 해코지하러 누가 슬금슬금 다가오는지 서로 망봐준다. 사자 같은 천적이 쳐들어와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가족 모두 똘똘 뭉쳐 막아낸다. 우두머리가 권좌에서 물러나면 볼품없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원숭이 사회와 달리 암컷 중심으로 무리를 지어 사는 종에서는 할머니가 돼도 내쫓지 않고 계속 함께 산다. 가족들이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살아도 혼자 살 만큼 다 자란 아들은 반드시 가족을 떠나야 하고, 딸은 가족 무리에 남아 계속 함께 산다.

코끼리의 경우 서식지에서 아들은 네 살 무렵에 가족을 떠나 홀로 산다. 하지만 딸은 다 컸어도 무리에 남아 가족이랑 함께 산다. 아들이 네 살쯤 되면 엄마에게 배울 것은 다 배웠다는 증거다. 가족 떠난 어린 수컷 몇 마리가 모여 무리를 이루기도 하나 일시적이며 보통 혼자 산다. 암컷에게 선택받은 수컷만 무리에 합류한다. 선택됐어도 죽을 때까지 가족이 되진 않는다. 무리에서 나와 다른 무리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수컷이 20~25살은 돼야 어른 대접 받고 무리에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코끼리의 경우 암컷이건 수컷이건 아홉살 무렵에 번식이 가능하나 실제로 수컷은 14~15살에 자기 자식이 생기고, 암컷은 17~18살 무렵에 첫 자식을 낳는다. 사육 상태에서는 이보다 조금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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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무리의 대장은 할머니

서식지에서 코끼리 무리의 대장은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다. 대장은 먹이가 많은 곳을 찾아 이동할 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중간에 마실 물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잘 알고 있다. 가족이 어려운 상황에 닥쳤을 때도 묘책을 척척 내놓는다. 말하자면 경험이 많아 아는 게 많다. 밀렵꾼에게 가족이 몰살됐다면 몰라도 대장인 할머니가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가족을 꾸리진 않는다. 구성원 숫자가 많아 무리가 거대해지면 몇 마리씩 작은 가족으로 나뉘기도 하나, 이때에도 경험이 가장 많은 어른 코끼리가 대장을 한다. 수컷이라면 몰라도 암컷이 단 한 마리씩 분가해 살지 않는다.

무리를 떠난 코끼리 아들이 나이 들어 돌아와 엄마와 함께 살거나 돌보는 경우는 없다. 다른 수컷이라면 몰라도 아들을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이미 집 떠나기 전에 어릴 때 다 배웠다. 이런 논리로 동물원에서 코끼리 새끼가 태어나면 엄마와 함께 지내게 해야 한다. 최소한 네 살까지는 엄마 그림자를 밟고 자라게 곁에 둬야 한다. 개체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니 엄마 곁에 더 둬야 할지 분리해야 할지는 엄마와 아들의 행동을 보면 안다. 엄마와 아들의 갈등이 생길 때쯤이 독립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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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부적합종이 잘살기 위해선

코끼리는 활동반경이 워낙 넓어 동물원에서 사육하기 적절치 않은 종이다. 기르려면 사육환경이 좋아야 하고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세상에서 덩치가 가장 커 먹잇값도 만만치 않게 든다. 부족한 공간의 보완책으로 서식지 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 주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예방의학적 치료로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해야 수명대로 산다. 개체마다 꼼꼼히 관찰해 밥을 다 먹었는지, 얼마나 남겼는지, 배변은 정상적인지 매일 체크해서 미주알고주알 기록하고 분석하면 자연스럽게 건강관리가 돼 건강 수명도 늘릴 수 있다. 철저한 개체관리가 제명까지 살게 하는 비결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명한다.

2010년  서울대공원 코끼리방사장에서 5살 수컷 ‘가자바’와 6살 암컷 ‘수겔라’가 대형 과일케익을 먹고 있다.  과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0년 서울대공원 코끼리방사장에서 5살 수컷 ‘가자바’와 6살 암컷 ‘수겔라’가 대형 과일케익을 먹고 있다. 과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식지에 사는 것처럼 동물원에서도 무리를 지어 생활하게 해야 한다. 만약에 나이가 많은 할머니 코끼리가 있어도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둬야 한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늙었으니 편히 쉬게 하려고 내실이나 한적한 곳에 따로 생활하게 하면 그 할머니는 물론 함께 살았던 다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눈을 씻고 봐도 서식지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며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잃는 것이 더 많다.

코끼리를 한두 마리 기르고 있는 동물원이라면 더 데려와 가족을 만들어 주든지, 아예 조건이 좋은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야 한다. 서식지 생활과 맞추어 줘야 정신 건강에도 좋고 번식을 할 수 있다. 코끼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서식지에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끼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동물원의 역할을 다 하는 일이다. 이참에 유럽의 EES(European Endangered Species Programmes)나 미국의 SSP(Species Survival Plan)처럼 코끼리를 보유한 국내 동물원이 협력해서 번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런 게 동물원이 종보전센터로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우리나라 동물원은 여전히 동물전시에 머물러 있다. 전시만 하는 과거의 동물원은 잊고 보존 생물학 차원에서 동물원을 운영할 시대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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