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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노래하는 원숭이들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등록 2018-08-14 11:52수정 2018-08-14 12:43

[애니멀피플] 자바긴팔원숭이의 영역싸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얼마 남지 않은 유인원
이웃 수컷이 침범하자, 암컷이 알리고
수컷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자바긴팔원숭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른 긴팔원숭이와 달리 이 종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자바긴팔원숭이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른 긴팔원숭이와 달리 이 종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자바긴팔원숭이 한 마리가 숲의 미로에서 나뭇가지를 능숙하게 타고 이동한다. 그곳에 아빠 자바긴팔원숭이가 기다리고 있다. 나무 위를 오르던 아빠 원숭이는 주변을 살펴본다.

이유가 있었다. 뒤쪽 50m 떨어진 곳에 이웃 무리에서 온 수컷 긴팔원숭이가 발견된 것이다. 이곳은 그의 영역이 아니다. 다른 무리의 영역에서 과일을 훔쳐먹으면서 경계의 눈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배에 새끼를 달고 있는 암컷 원숭이가 높이 40m의 수관부(숲의 상층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강렬한 색채의 심포니가 열대의 숲의 빈 공간을 채우고, 암컷 원숭이는 ‘여기는 우리 땅’이라는 듯 침입자에게 보내는 경고를 보냈다. 과일이 많이 나는 나무를 방어하기 위한 소리였을 수도 있다. 맨 처음 노래는 1㎞ 떨어진 곳에서 들릴 정도로 크지만, 그 뒤에는 차츰 잦아들어 그렇게 멀리 가지 않는다. 대신 주변에 있는 암컷들도 반응해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이웃의 침입을 용납하지 못한 아빠 긴팔원숭이가 이내 추격을 시작했다! 나무 사이를 뚫고 가는 공격적인 몸놀림으로 숲이 소란스러워졌다. 두 자바긴팔원숭이의 자취를 따라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꺾이고 밑바닥에 떨어졌다. 노래를 불렀던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두 수컷이 옮겨가자, 숲에 깃들던 정적도 천천히 깨져갔다.

두 수컷 자바긴팔원숭이의 싸움은 3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영역을 침범한 이웃 무리가 조용히 떠나면서다. 안전하다고 느낀 무리는 자신의 서식지 중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원숭이들은 벤저민고무나무를 먹기 시작했다.

자바긴팔원숭이의 어미는 가슴에 새끼를 데리고 다닌다. 새끼는 허리를 잡고 꼭 붙어있다.
자바긴팔원숭이의 어미는 가슴에 새끼를 데리고 다닌다. 새끼는 허리를 잡고 꼭 붙어있다.
인도네시아 자바긴팔원숭이의 서식지.
인도네시아 자바긴팔원숭이의 서식지.
서식지 경계에서 이웃한 무리끼리 충돌하는 행위는 긴팔원숭잇과의 특징이다. 주로 먹이가 부족할 때나 풍족한 먹이원이 경계지역에 있을 때 이런 싸움이 발생하는데, 특히 암컷의 노래가 그 무리의 노래 특성을 대변한다. 암컷은 무리가 먹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바긴팔원숭이가 특별한 이유는 그들이 멘타와이섬의 클로스긴팔원숭이와 함께 듀엣 노래를 부르지 않는 긴팔원숭이 두 종 중 하나라는 점이다.

오늘날 자바긴팔원숭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 ‘위험’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자바섬 서부에서 중부까지 제한된 지역에만 분포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한 소형 유인원이다.

나무 위에서 사는 이 유인원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벌목과 훼손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이다. 그들은 지금 지구 역사상 가장 긴 벌목 역사와 함께 인구 밀도가 높은 섬에 살고 있다. 어떤 개체군은 운이 좋아 보호지역에 살지만, 보전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 지역에 사는 자바긴팔원숭이들도 있다. 그들의 삶터가 플랜테이션 농장이나 논 그리고 서식 불가능한 용도로 바뀌면서 엄청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이 나무 위를 자유롭게 건너다니려면, 자바긴팔원숭이가 서식하는 숲의 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 이들이 오랜 기간 생존해야, 열대우림에 오케스트라가 연주될 수 있다.

글·사진 라하유 옥타비아니 인도네시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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