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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꼼꼼한 탐조 기록, 새를 살린다

등록 2018-08-18 08:59수정 2018-08-18 10:19

[애니멀피플] 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놓치기 쉬운 탐조의 필수 요소인 기록
기술 발달로 탐조 일지 빅테이터로 활용
생태 정보 확보에 새 보호 활동까지 이어져
사진으로 탐조 기록을 남길 때는, 새가 살아가는 환경도 함께 담는 것이 좋다.
사진으로 탐조 기록을 남길 때는, 새가 살아가는 환경도 함께 담는 것이 좋다.
탐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기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탐조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탐조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장비에 관심을 갖는다. 어떤 쌍안경이 더 잘 보일까, 어떤 망원경이 더 멀리 보일까, 어떤 카메라가 순간을 잘 담아 줄까…. 이는 아주 기초적이고 당연한 요구이긴 하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소홀히 하는 부분이 기록이다. 어떻게 보면 탐조란 것은 다른 장비보다 필기구만 있어도 되는, 기록이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인데 말이다.

혹자는 기록을 하지 않고 멋진 장면을 보러 다니는 순수한 자연 여행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새를 보다 보면 관찰한 새의 종류가 늘어나고, 앞으로 보고 싶은 새도 많아져 기록의 정리가 필요하다. 그런 탐조인들의 기록을 한꺼번에 모아서 빅데이터로 활용한다면 새들의 생태 정보를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수첩에 기록한 개인의 데이터를 통합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현장에서 즉석으로 기록을 전송할 수 있고, 그 기록들이 하나로 통합 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어 있다.

전통적인 기록 방법을 먼저 살펴보자. 당연히 수첩과 필기구를 활용한 원초적인 기록이다. 관찰한 새의 이름과 수를 적는 것인데, 현장에서 부지런히 바로 바로 적어야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보통 탐조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기록을 전담하고 탐조 후에 공유하곤 하는데, 기록의 습관을 갖추기 위해서 각자 별도로 기록을 하고 탐조 중간 또는 마친 후에 의견을 나눈다면 좀 더 명확한 기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은 간단한 그림으로 남기는 것도 좋은 자료가 된다. 그림을 그리면 현장의 여러 상황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게 되므로 관찰과 기록에 모두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탐조를 가서 사진을 찍는 행위를 초망원 렌즈로 새들의 증명사진을 찍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없는데, 막상 그런 사진은 새의 생태환경을 이해하는 데는 모자람이 많다. 실제 새가 처한 환경을 담을 때는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 만한 것이 없다. 사진 속 새들이 아주 작게 점처럼 찍히겠지만, 자신의 기록과 함께 이 사진을 활용한다면 보다 완벽한 기록이 될 것이다.

새의 행동을 간략한 그림과 함께 기록을 한 예.
새의 행동을 간략한 그림과 함께 기록을 한 예.
한 외국인 탐조인이 보여준 현장 스케치. 색은 탐조를 마친 뒤 글로 쓴 기록을 바탕으로 칠한다고 했다.
한 외국인 탐조인이 보여준 현장 스케치. 색은 탐조를 마친 뒤 글로 쓴 기록을 바탕으로 칠한다고 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현장에서 기록을 돕는 좋은 도구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개발한 ‘이버드’가 대표적이다. 누리집(www.ebird.org)도 있고, 어플(eBird)도 있다. 이 어플은 탐조인이 있는 지역, 어플을 사용하는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새의 리스트가 자동으로 먼저 추출되므로, 사용자는 관찰한 새의 숫자만 간단하게 기입하면 된다. 또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관찰한 장소도 정확히 기록된다. 무엇보다도 모든 관찰 목록을 자동으로 통계로 보여주는 아주 편리한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에 전세계 탐조인 상당수가 애용하고 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한글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권 언어로는 중국어, 태국어,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몽골어, 일본어, 히브리어 등이 지원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 번역 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어가 지원이 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의 탐조 저변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버드에 들어가보면 한국에서 관찰한 사람들 상위 100명 중 외국인이 90% 이상이다. 이버드에 한국어 지원을 꾸준하게 요청할 필요도 있지만, 많은 한국 탐조인들이 영어 버전이라도 사용해 기록을 남긴다면 자연스럽게 한글 지원이 가능할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국 토종 자연관찰기록 도구로는 ‘네이처링’ 홈페이지(www.naturing.net)와 어플이 있다. 네이처링은 새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생물종을 기록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툴이다. 정부의 생물종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종 목록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확하게 분류하여 기록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네이처링은 하나의 관찰 목록에 하나의 종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용하기 번거로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꾸준하게 관찰의 기록을 더해나기에는 매우 좋은 도구이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물종을 기입하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 생물종 기록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탐조 기록 사이트 ‘네이처링’에서 진행 중인 유리창 충돌 피해 야생조류 데이터 수집 캠페인.
탐조 기록 사이트 ‘네이처링’에서 진행 중인 유리창 충돌 피해 야생조류 데이터 수집 캠페인.
그리고 최근 네이처링은 매우 의미 있는 기록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전국 곳곳에서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거나 크게 다치고 있다. 특히 도로방음벽을 투명 유리로 설치하면서 그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기록을 네이처링에 올리면 자연스럽게 데이터 통합이 가능하다. 참여하는 사람이 늘면, 유리창 충돌로 인한 통계를 얻어서 방지책을 세우는 데 기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기록이 자연을 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기록이 자연과 새들을 보호하는 자원으로 활동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기를 기원한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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