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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고아 곰, 실명한 바다사자…그 동물원엔 ‘이유'가 있었다

등록 2018-08-25 08:59수정 2018-08-26 14:11

[애니멀피플]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 방문기
1929년 문을 연 공영동물원
구조된 동물들 비율이 높아
산 동물 만지는 대신 털만 두거나
죽은 거북이 등껍질로 체험
동물원엔 ‘감금의 이유’ 있어야
미국 펠리칸이 사는 사육장. 이 펠리칸들은 야생에서 날개를 다쳐 날 수 없는 개체들이다.
미국 펠리칸이 사는 사육장. 이 펠리칸들은 야생에서 날개를 다쳐 날 수 없는 개체들이다.
지난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을 방문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남서쪽 태평양 해안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은 1929년 설립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자산가이던 설립자의 이름을 따 ‘플리쉬해커(Fleishhacker)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930년대부터 40년대까지는 대공황이 미국을 덮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공산업진흥국(Works Process Administration)의 일부로 운영됐다. 1958년부터는 동물원의 운영과 자금 마련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인 샌프란시스코 동물학협회(San Francisco Zoological Society)가 시와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40만㎡가 넘는 공간에 야생동물 250여 종 2000여 마리를 전시하고 있다. 올해 세상을 떠난 ‘수화하는 고릴라’ 코코가 태어난 동물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물원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서식지에 따라 구분하거나 고양잇과, 곰, 조류관 등 동물 종에 따라 구분된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4년 아시아코끼리를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생추어리로 은퇴시킨 후 코끼리는 전시하지 않고 있다. 소동물과 농장동물 전시관과 교육센터로 이루어진 어린이동물원도 조성되어 있다. 이 중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등 여우원숭잇과 7종을 전시하고 있는 여우원숭이 숲은 야생을 재현한 환경으로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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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야생동물 치료해 보호하는 동물원

동물원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비율이 다른 동물원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해먹과 웅덩이를 오가며 서로 장난을 치는 어린 흑곰 두 마리는 지난해 알래스카 수렵·낚시관리국(Department of Fish and Game)에 의해 영양실조인 상태로 구조됐다가 이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동물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무부가 겨울잠을 자는 곰의 사냥을 허가하도록 야생동물 사냥 규제를 완화한 것이 최근 알래스카에서 어미를 잃은 ‘고아 곰’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로 추측된다고 한다.

사육 중인 바다사자 두 마리도 모두 실명한 상태로 구조된 동물들이다. 이중 ‘사일런트 나이트’는 2010년 캘리포니아 소살리토에서 구조되었을 때 얼굴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헨리’는 영양부족 상태로 좌초되었다가 구조되었는데 실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바다사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해양포유류보호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부가 미끼로 사용하는 생선을 노리는 바다사자를 총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흔하다. 동물원은 해양포유류 전문구조기관인 해양포유류센터(The Marine Mammal Center)와 협력해 좌초되거나 다친 바다사자의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의 바다사자는 얼굴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구조되었다.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의 바다사자는 얼굴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구조되었다.
흑곰은 어미를 잃어버렸다.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의 특징은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임을 알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흑곰은 어미를 잃어버렸다.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의 특징은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임을 알리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펠리컨 세 마리도 모두 하늘을 날지 못했다. 한 마리는 1991년 한쪽 날개가 부러진 채로 구조되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데이비스 수의과대학에서 날개 절단 수술을 받은 후 동물원으로 들어왔다. 두 마리는 2012년 송전선에 날개가 잘린 채로 재활센터로 들어온 개체들이다.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야생동물인 회색곰(Grizzly bear)도 몬태나의 야생동물관리국에서 구조했으나 사냥 능력을 잃어 재방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서식지로 돌려보내는 동물도 있다. 1960년대부터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대머리독수리의 경우 100마리 이상을 부화해 야생으로 방사하는 데 성공했다. 동물원은 이 동물들을 전시함으로써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이 처한 위험을 알리고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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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른 체험동물원

탐험 지역(Exploration Zone)은 우리나라의 동물체험관처럼 다른 전시관에 비해 관람객이 동물을 가까이 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소동물을 전시하는 어린이동물원, 농장동물을 전시하는 가족농장, 곤충관, 미어캣과 프레리도그 사육장, 교육센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같은 목적으로 조성되었다고 해도 한국의 체험동물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 체험동물원에서 흔하게 ‘만지기’ 용으로 사용되는 마우스, 기니피그, 고슴도치, 거북이 등의 동물이 전시되고 있었지만 관람객이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동물은 한 마리도 없었다. 동물마다 각각 조성된 야외 사육장의 울타리 안에는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동물을 관리하고 관람객에게 동물의 생태에 대해 설명했다. 거북이 사육장의 자원봉사자는 “한 번 만져보라”며 살아있는 동물 대신 죽은 거북이의 등껍질을 내밀었다. 고슴도치 사육장의 자원봉사자는 발밑 어딘가에 숨어있는 고슴도치 대신 준비된 인쇄물을 사용했다. 고등학생이지만 ‘고슴도치와 포큐파인은 어떻게 다른지’ 묻는 관람객의 질문에 막힘없이 척척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람객이 손으로 만지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동물은 농장동물뿐이었다. 그마저도 정해진 시간에 사육사의 감독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신 곳곳에 설치된 안내문 밑에 동물 털을 비치해 동물을 직접 만지지 않고서도 촉감을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죽은 거북의 등을 만지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죽은 거북의 등을 만지고 있다.
살아있는 양을 만지는 게 아니라 양의 털만 모아 두고 만지게 하고 있다.
살아있는 양을 만지는 게 아니라 양의 털만 모아 두고 만지게 하고 있다.
프레리도그 사육장. 한국의 동물원보다는 환경이 좋아보였다.
프레리도그 사육장. 한국의 동물원보다는 환경이 좋아보였다.
물론 외국의 동물원이라고 모든 종에게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는 인위적인 느낌이 들더라도 공, 훌라후프, 장난감, 반려동물용 터널 같은 풍부화 도구를 설치해 환경적 한계를 보완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권 인식이 성장하면서 해외 동물원은 서식지 보전과 연구에 대한 기능과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야생동물을 감금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해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햇빛도 들지 않는 실내에서 수천 마리의 야생동물을 집단 사육하는 시설도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시설은 해외에서는 동물원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공영동물원은 낙후되고, 체험동물원, 동물카페 등 유사 동물원까지 성행하면서 동물원은 점점 ‘동물에게는 괴롭고 사람에게는 마음 불편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전시동물의 복지가 향상되고 동물원이 발전하려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시설을 ‘동물원’으로 불러야 할지 기준을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사진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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