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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허당 펭귄’ 매력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등록 2019-01-31 09:55수정 2019-01-31 15:28

[애니멀피플] 남극서 영상 공유하는 ‘펭귄 박사’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남극 케이프할렛에서 일렬로 걸어서 둥지로 돌아가는 아델리펭귄.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남극 케이프할렛에서 일렬로 걸어서 둥지로 돌아가는 아델리펭귄.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트위터 동물 인기 순위가 있다면 개와 고양이 다음 동메달은 펭귄일 듯.”

지난해 12월부터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 펭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연구원의 에스엔에스(SNS)에 달린 댓글이다. 오종종한 펭귄들이 먹이를 위해 얼음 위를 열심히 걸어간다. 몸무게 4㎏ 펭귄이 돌아오는 길엔 1㎏가량 늘어서 돌아오기도 한다니 배가 빵빵해 보이는 건 착시가 아닌 것 같다.

작은 날개를 펼치고 물속에서 재빠르게 튀어 오르기도 하지만, 점프에 실패해 도로 얼음물로 고꾸라지는 ‘허당미’를 뽐내기도 한다. 아예 걷지 않고 통통한 배를 썰매 삼아 얼음 위를 밀고 가는 장면에서는 왜 펭귄이 ‘귀여움 3위’인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 연구원이 공유한 남극 펭귄의 모습들이다. 트위터에서는 ‘아침 힐링 영상’이라 불리기도 한다. 남극이 한국보다 4시간 빠른 탓에 그가 점심쯤 올린 영상을 한국에서는 출근 시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보기 힘든 자연 속 펭귄 모습을 담은 글에는 “덕분에 펭귄 사랑에 빠졌다”, “생생하고 귀한 영상 잘 보고 있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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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고요? 치열합니다

2014년부터 남극을 오가며 극지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 연구원은 ‘펭귄 덕후’라 불릴 정도로 각별한 펭귄 사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남극 장보고 기지로 떠난 이 연구원은 올해 아델리펭귄의 먹이활동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연구를 위해 기록용으로 촬영하고 보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이 연구원의 남극 생활을 이메일을 통해 들어봤다.

밥먹고 둥지로 돌아오는 아델리펭귄.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밥먹고 둥지로 돌아오는 아델리펭귄.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이신가요?

“아델리펭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기간 동안 부모 펭귄의 취식 행동을 위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펭귄은 새끼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 먼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하거든요. 주로 어디서 어떤 먹이를 먹고 돌아오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펭귄은 어떤 동물인가요

“일반적으로 펭귄이라고 하면 조류 가운데 펭귄목으로 분류된 18종을 지칭합니다. 공통적으로 남극을 포함한 남반구에 서식하고, 하늘을 날진 못하지만, 잠수에 특화되어서 물 속 생활에 잘 적응했죠. 제가 연구 중인 아델리펭귄은 몸길이 120cm에 달하는 황제펭귄보다 작지만 호기심 많고 용감한 동물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귀여운가요

“직접 보면 더 귀엽습니다. 하지만 그저 외모로만 펭귄의 매력을 판단하는 건 너무 펭귄을 얕게 보는 것 같아요.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걸 느낍니다. 날마다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바다를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해야 하고, 자기를 노리는 포식자를 피해 둥지로 돌아가야 하죠.

둥지로 가는 길도 험난합니다. 끝없이 이어진 바다 얼음 위를 몇 시간 동안 걸어야 하고, 둥지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기 위해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할 때도 있죠.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때면 경외감이 듭니다.”

주요 서식지인 남극 인익스프레서블섬(Inexpressible Island)에서 다이빙하는 아델리펭귄. 장보고기지와는 거리가 멀어 헬기로 이동을 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주요 서식지인 남극 인익스프레서블섬(Inexpressible Island)에서 다이빙하는 아델리펭귄. 장보고기지와는 거리가 멀어 헬기로 이동을 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이런 펭귄의 여정을 어떻게 연구하시나요

“펭귄의 몸에 GPS, 수심 기록계, 비디오카메라 등의 장치를 부착했다가 다시 회수해서 컴퓨터로 확인합니다. 이렇게 동물의 몸에 뭔가를 달아 정보를 기록하는 연구 방법을 ‘바이오로깅’(Biologging)이라고 합니다. 바이오로깅을 위해선 부착, 회수 작업을 위해 같은 개체를 포획합니다. 그런데 한번 잡히고 나면 인간을 회피하려는 정도가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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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추적장치 회수작전

-얼굴을 알아보는 건가요

“펭귄 한 마리가 저를 계속 도망 다닌 적이 있어요. 등에 기록계를 부착해줬는데, 그 이후 저만 보면 멀리서 반대로 뛰어가더라고요. 한번은 길목에서 마주치고는 잡으러 뛰어간 적이 있는데 놓쳤어요. 펭귄이 저보다 빠르게 뛴다는 걸 깨달았죠.

아무래도 저를 기억하고 도망가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기기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펭귄 포획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연구원에게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날, 그 펭귄 포획에 성공해 기기를 가져다줬습니다. 정말 펭귄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그 펭귄은 저를 알아봤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펭귄에 빠지게 되셨어요?

“꼭 펭귄을 연구하고 싶단 생각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처음 동물행동학을 배울 땐 까치를 조사했거든요. 제 머릿속엔 어렸을 적 ‘남극탐험’이란 게임 속 귀여운 캐릭터로만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펭귄을 연구하다 보니까 더 펭귄이 좋아졌어요. 저에겐 이제 정말 특별한 친구가 되었죠.”

-특별한 추억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고민스러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3년 전이었나 턱끈펭귄 한 마리가 돌 틈에 빠져 있는 걸 봤어요. 아마 발을 헛디뎠나 봐요. 제가 구해줘서 다행히 잘 살아 둥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아델리펭귄이 다리를 다쳐 번식지에 누워 있는 걸 바다에 옮겨준 적이 있어요. 어느새 사라진 녀석을 보고 안심이 됐지만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는 일이었죠.”

서서 잠든 아델리펭귄. 남극 케이프할렛.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서서 잠든 아델리펭귄. 남극 케이프할렛.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위험에 빠진 펭귄을 지나치지 않으신 거네요

“펭귄은 종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인간활동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갈라파고스펭귄과 아프리카 펭귄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정한 멸종위기 위험단계로 분류될 정도로 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온난화 가스로 인한 기온상승·해빙 감소 등으로 인한 먹이 감소로 점차 개체군이 줄어들고 있어요. 관광이나 어업활동으로 인해 서식처가 직접 파괴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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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정말 좋아한다면…

-연구가 펭귄에 도움이 될까요?

“펭귄은 남극 생태계의 지표종입니다. 펭귄의 생태를 알면, 남극의 변화 양상을 한눈에 알 수도 있죠. 제가 하는 동물행동학은 기초학문 분야라 어떻게 응용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기초 정보가 모이고 나면 펭귄을 보호하고 서식지를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펭귄 덕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펭귄 보러 동물원 가지 마세요. 펭귄은 좁은 수조에 가두고 키울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날마다 수십 킬로미터를 헤엄치고, 수백 미터를 잠수하는 해양동물인데 불과 몇 제곱미터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 수 있을까요? 제가 펭귄이라면 인간들이 매력적이라고 부르는 외모를 한탄할 것 같아요. 정말 펭귄을 좋아한다면 그들을 괴롭게 만들면서 구경거리로 만들지 말아야 해요.”

펭귄을 기다리는 이원영 선임연구원(오른쪽).
펭귄을 기다리는 이원영 선임연구원(오른쪽).

이 연구원은 오는 8일 두달 여간의 연구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펭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동물원 대신 이렇게 나마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다”며 하루에 하나씩 올린 40여개의 ‘야생 펭귄’ 영상은 그의 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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