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귀엽다고요? 치열합니다 2014년부터 남극을 오가며 극지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 연구원은 ‘펭귄 덕후’라 불릴 정도로 각별한 펭귄 사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남극 장보고 기지로 떠난 이 연구원은 올해 아델리펭귄의 먹이활동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연구를 위해 기록용으로 촬영하고 보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이 연구원의 남극 생활을 이메일을 통해 들어봤다.
-실제로도 그렇게 귀여운가요 “직접 보면 더 귀엽습니다. 하지만 그저 외모로만 펭귄의 매력을 판단하는 건 너무 펭귄을 얕게 보는 것 같아요.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걸 느낍니다. 날마다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바다를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해야 하고, 자기를 노리는 포식자를 피해 둥지로 돌아가야 하죠. 둥지로 가는 길도 험난합니다. 끝없이 이어진 바다 얼음 위를 몇 시간 동안 걸어야 하고, 둥지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기 위해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할 때도 있죠.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때면 경외감이 듭니다.”아델리펭귄 엎드려 썰매타기('tobogganing'). 날개로 균형을 맞춘 채 발로 표면을 밀어 추진력을 얻는다. 걸을 때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열손실도 적으면서 속력도 빠르다. 하지만 썰매를 타려면 빙질이 좋아야하고, 평평하거나 내리막 경사가 필요하다고.
<2018년 12월 30일 남극 케이프할렛> pic.twitter.com/yDT89TMSwk— 이원영 (@gentoo210) January 12, 2019
치열한 추적장치 회수작전 -얼굴을 알아보는 건가요 “펭귄 한 마리가 저를 계속 도망 다닌 적이 있어요. 등에 기록계를 부착해줬는데, 그 이후 저만 보면 멀리서 반대로 뛰어가더라고요. 한번은 길목에서 마주치고는 잡으러 뛰어간 적이 있는데 놓쳤어요. 펭귄이 저보다 빠르게 뛴다는 걸 깨달았죠. 아무래도 저를 기억하고 도망가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기기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펭귄 포획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연구원에게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날, 그 펭귄 포획에 성공해 기기를 가져다줬습니다. 정말 펭귄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그 펭귄은 저를 알아봤던 것 같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 위에 사는 펭귄들도 있다. 아슬아슬 잘도 다니지만 가끔 굴러 떨어지기도. 한번은 다리를 심하게 다친 녀석도 봤다. 참 힘들게 사는구나. 조사를 위해 나도 매일 오르락 내리락. 참 힘들게 사는구나.
<2019년 1월 2일 남극 아델리코브> pic.twitter.com/x7ScVDMeT9— 이원영 (@gentoo210) January 4, 2019
-어떻게 펭귄에 빠지게 되셨어요? “꼭 펭귄을 연구하고 싶단 생각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처음 동물행동학을 배울 땐 까치를 조사했거든요. 제 머릿속엔 어렸을 적 ‘남극탐험’이란 게임 속 귀여운 캐릭터로만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펭귄을 연구하다 보니까 더 펭귄이 좋아졌어요. 저에겐 이제 정말 특별한 친구가 되었죠.” -특별한 추억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고민스러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3년 전이었나 턱끈펭귄 한 마리가 돌 틈에 빠져 있는 걸 봤어요. 아마 발을 헛디뎠나 봐요. 제가 구해줘서 다행히 잘 살아 둥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아델리펭귄이 다리를 다쳐 번식지에 누워 있는 걸 바다에 옮겨준 적이 있어요. 어느새 사라진 녀석을 보고 안심이 됐지만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는 일이었죠.”아델리펭귄 밥 먹으러 오가는 길. 약 5킬로미터 정도 이어진 얼음 위를 걸어서(혹은 뛰어서) 바다로 들어간다. 한번 다녀오는데 보통 2-3일 정도 소요. 얘네들도 참 힘들게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알고 찾아가는지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2018년 12월 23일, 남극 케이프할렛> pic.twitter.com/bbajg21ivr— 이원영 (@gentoo210) January 3, 2019
펭귄을 정말 좋아한다면… -연구가 펭귄에 도움이 될까요? “펭귄은 남극 생태계의 지표종입니다. 펭귄의 생태를 알면, 남극의 변화 양상을 한눈에 알 수도 있죠. 제가 하는 동물행동학은 기초학문 분야라 어떻게 응용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기초 정보가 모이고 나면 펭귄을 보호하고 서식지를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펭귄 덕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펭귄 보러 동물원 가지 마세요. 펭귄은 좁은 수조에 가두고 키울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날마다 수십 킬로미터를 헤엄치고, 수백 미터를 잠수하는 해양동물인데 불과 몇 제곱미터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 수 있을까요? 제가 펭귄이라면 인간들이 매력적이라고 부르는 외모를 한탄할 것 같아요. 정말 펭귄을 좋아한다면 그들을 괴롭게 만들면서 구경거리로 만들지 말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