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무에 뒤엉킨 반달가슴곰과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퍼포먼스.
곰의 탈을 쓴 사람 한 명과 한무리 사람들이 부메랑 모양의 올무를 가운데 두고 얽혔다. 곰은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덫에 걸린 발을 빼내려 했다. 곰이 움직일 때마다 올무에 연결된 사람들이 끌려갔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끈을 잡아당기자 곰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곰과 사람, 모두 고통스러워 보였다.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멸종위기종 인식 확산을 위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녹색연합·반달곰친구들·생명의 숲·서울환경연합·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들은 퍼포먼스에 앞서 멸종위기종을 위협하는 불법 사냥 도구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생물다양성의 날은 유엔(UN)이 생물의 개체 수와 함께 다양한 종, 그들이 살 수 있는 안정적 서식처 보존을 위해 지정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서식지를 가진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등 멸종위기종 대형 포유동물은 복원사업 이후로도 덫, 올무 등에 의해 지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다. (
▶관련 기사: 반달곰, 산양, 여우…덫에 무방비인 멸종위기종)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불법 설치된 올무와 지난해 6월 올무에 희생된 반달가슴곰 KM-55. 사진 김진희 교육연수생, 국립공원관리공단
이날 진행된 퍼포먼스는 반달곰, 산양, 여우 등 복원 중인 멸종위기종이 대형 덫에 걸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퍼포먼스를 기획한 이선일 작가는 “올가미의 모양을 부메랑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욕심은 한 동물의 고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멸종은 어느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반달곰친구들은 불법 사냥 도구의 잔혹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생명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사냥 도구가 한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불법 사냥 도구에 대해 강력한 제재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희 교육연수생
bannygini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