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 부웅, 붕~.”
꽃이 한창인 봄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2층 안방 테라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옆집에서 공사라도 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테라스 창가로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게 뭐야! 벌들이 수십 마리가 떼로 몰려왔어.”
“벌이라니! 어디요?”
마당을 찾아온 꿀벌 가족
내가 놀라서 소리치자 우리 아이들이 뛰어왔다. 창밖 테라스의 나무로 된 벽면에 족히 수십~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벌들이 덩어리처럼 뭉쳐 있었다. 벌들은 무언가를 중심으로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작은 벌떼가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붕붕 소리는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들의 날갯짓 소리였다. 벽면은 방부제를 쓰지 않은 목재로 만들었고 지붕이 있어 그늘도 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도 말벌이나 다른 벌들이 벌집을 지으려고 자주 노려오던 터였다. 창문에 가까이 가니 마치 양봉장에 온 것처럼 벌이 많아 유리문을 열 수조차 없었다.
“119를 불러야 하나.”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아무리 동물을 사랑하는 연구자인 나이지만 솔직히 이렇게 많은 벌은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이 쏘여서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전화기를 찾아들려고 하는데 큰딸이 날 막았다.
“엄마! 안 돼요!”
“안된다니? 이래서는 벌에 쏘일까 무서워서 집 밖으로도 못 나가겠는걸. 벌들이 불쌍해도 어쩔 수 없지 않겠니?”
“알아요. 그런데 이 벌들이 우리나라 재래꿀벌인 것 같아서요. 얼마 전에 학교에서 했던 ‘꿀벌 프로젝트’때 선생님께서 재래꿀벌은 심각한 멸종위기라서 꼭 지켜줘야 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단 말이에요.”
큰딸의 말이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의 재래꿀벌들이 심각한 멸종위기라서 생태계가 위험하다는 연구를 본 기억이 이제야 났다.
“진짜 재래꿀벌이 맞을까? 근처엔 양봉장도 많은데 그냥 양봉용 서양벌일지도 몰라.”
“아니에요. 서양벌은 배 쪽에 검은 선이 적고 주황색이 많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재래꿀벌은 몸 크기가 좀 더 작고 배 쪽의 검은 선이 뚜렷하대요. 선생님이 데려와 보여주셨던 재래꿀벌이랑 많이 닮았어요.”
“검은 줄무늬가 뚜렷해요. 엄마!”
눈썰미가 좋은 둘째도 소리쳤다.
“그래? 그럼 이제 우리 어쩌면 좋을까?”우리가 고민하는 동안 꿀벌들은 테라스 벽면의 목재 틈 사이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연신 바쁘게 윙윙댔다. 고민스러워 머리에 손을 올리고 쳐다보고 있는데 큰아이가 제안했다.
“우리 선생님께 여쭈어보면 어때요?”
좋은 생각 같아 선생님께 당장 연락을 해보았다. 전화를 받으신 선생님은 밝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어머나 축하드려요.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거예요. 말씀대로라면 우리나라 재래종 꿀벌이 맞아요. 정말 귀한 건데 집으로 들어오면 엄청난 복이래요. 몇 년 살게 두셨다가 꿀을 좀 얻어먹어도 좋아요. 그 꿀이 얼마나 귀하고 비싼 건데요. 재래종 벌은 키우려고 구하려 해도 찾기 힘든 벌이에요.”
선생님은 그간 전국에 유행한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우리 재래 꿀벌이 95%나 사라졌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조금 어렵더라도 꼭 지켜달라는 부탁도 함께하셨다. 참고로 벌들과 함께 잘살고 있는 마을 이웃이 있으니 한번 찾아가 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나도 아는 집이었다.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재래꿀벌이 벌집에 모여 있다. 한겨레 오윤주 기자.
“아주머니, 계세요?”
“한솔 엄마 왔어요? 선생님께는 연락받았어요. 우리 벌들을 보여 달라고요? 우리 벌집은 말벌집이야. 자 잘 봐요.”
하시며 현관문 머리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과연 그 위에는 족히 축구공 두 개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벌집이 있었다.
“세상에, 괜찮으신 거예요? 이렇게 큰 벌집이 있는데.”
“뭐, 주변에 벌들이 많긴 하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사는 걸요. 몇 년 되었지만 아이들도 아직 쏘인 적이 없어요. 벌들을 자극하지만 않으면 되지요.”
과연 그 집 아이들은 여전히 현관을 오가며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아이가 하나 내게 다가오길래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줌마. 그냥 천천히 움직이고 가만있으면 날아가요.”
“무섭지 않니?”
“전혀요. 여기 벌집이 있다는 것도 가끔은 잊고 지내는 걸요.”
사라진 벌 떼
아이들과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식구는 복덩이 꿀벌들이 잘 있는지 보려고 2층 테라스 쪽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런데 아쉽게도 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내쫓을 줄 알았나 봐요.”
둘째 아이가 서운해하며 말했다. 나도 왠지 섭섭했다. 지금 시기엔 재래꿀벌이 분봉하여 새로운 여왕벌을 원래 벌집에 두고 옛 여왕벌이 무리와 함께 여기저기 다니며 적당한 새집 터를 찾는다던데 아무래도 우리 집을 탐색만 하고 간 모양이다. 맘을 고쳐먹고 잘 지켜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첫째 아이가 제안했다.
“엄마! 마당에 벌들이 살기 좋은 벌통을 만들어주면 어때요?”
“좋은 생각이구나. 선생님께 다시 연락드려보자.”
아이의 반짝거리는 눈을 마주 보며 나도 맞장구쳤다.
의외의 멸종위기 동물 꿀벌
지난 5월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이었습니다 . 사라져 가는 꿀벌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인이 힘을 모으기로 한 날입니다 . 이미 전 세계에서 야생벌이 40%나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 미국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수천만 마리의 꿀벌이 갑자기 모두 사라진 일도 있었어요 . 우리나라에서도 재래꿀벌이 95%나 사라졌습니다 . 이렇게 토종벌들이 사라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첫째, 기후변화로 벌들이 적응하지 못해서 . 둘째, 농약의 사용으로 중독되어서. 마지막으로 농작물의 광범위한 단일 재배로 한가지의 꿀만 먹은 꿀벌들은 건강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종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멸종한다고 말했습니다 . 식물의 대다수가 꿀벌 덕분에 꽃가루받이 (수분 )를 하여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들도 대부분 꿀벌에게 의지하고 있어요 . 지역 토종벌들의 멸종은 더더욱 심각한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옵니다 . 왜냐하면 양봉의 수가 충분한 경우더라도 멸종위기의 야생동식물들이 주로 사는 산속 깊은 곳에 사는 식물을 벌이 수분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크기가 작은 희귀 식물들도 마찬가지로 씨앗을 맺지 못합니다 . 그래서 식물들은 벌과 함께 따라서 멸종되고 야생동물들도 먹이가 점차 줄어들어 살기 힘들어지는 결과가 오게 됩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