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도 불린다. 흰머리오목눈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뱁새는 적갈색의 빛을 띤다. 찰스 람, 위키미디어 코먼스
2016년 12월11일, 온라인 매체 ‘써니 스카이즈’는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새로 한국의 뱁새(Korean crow-tit)를 소개했다.(
This Is The Korean Crow-Tit - The World’s Cutest Bird!) 국내 매체나 에스엔에스에서도 이 뱁새 사진은 빠르게 퍼졌다. 눈덩이처럼 하얀 몸에 새카만 눈, 앙증맞은 부리를 가진 이 새를 보고 우리나라의 네티즌들도 그 깜찍함에 반한 듯했다. 하지만 사실 이 새는 뱁새가 아니라 ‘흰머리오목눈이’다. 진짜 뱁새는 따로 있다.
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도 불린다. 흰머리오목눈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뱁새는 적갈색의 빛을 띤다. 또, 이 둘은 전혀 다른 과에 속한다. 뱁새는 ‘붉은머리오목눈이과’에, 흰머리오목눈이는 ‘오목눈이과’에 속한다.
써니스카이즈가 한국의 뱁새라고 소개한 ‘흰머리오목눈이’. 국내에선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다. 써니스카이즈 홈페이지
하지만 흰머리오목눈이의 소문난 귀여움 때문인지, 뱁새는 그의 이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다. 구글(google)에서 ‘뱁새’를 검색하면 적갈색의 새가 아닌 새하얀 새의 사진이 상위에 뜬다. 심지어 흰머리오목눈이가 뱁새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흰머리오목눈이는 국내선 드물게 관찰되는 나그네새다. 반면, 뱁새는 참새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이다.
구글에서 뱁새로 검색한 결과 화면. 대부분 흰머리오목눈이 사진이다.
뱁새의 억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욕심 많은 새로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뱁새’에서는 사회 기득권층으로 비유되는 황새들의 횡포에 짓눌려 살아가는 엔(N)포세대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뱁새와 황새는 서식지가 완전히 달라 만날 일이 없다. 뱁새는 주로 덤불 속에, 황새는 넓은 개울가나 논, 호숫가에 살기 때문이다.
뱁새의 생김새와 관련해서도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다. ‘뱁새눈’은 작고 가늘게 찢어진 눈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뱁새의 눈은 앙증맞고 동그랗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뱁새.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조그마한 몸집을 지닌 뱁새와 뻐꾸기의 생존 ‘전쟁’은 잘 알려져 있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기생하는 ‘탁란’을 한다. 뻐꾸기는 뱁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뱁새의 알 하나를 밀어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고 자기 알을 낳는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뱁새가 속이 좋아서 뻐꾸기의 탁란을 받아주는 건 아니다. 뻐꾸기가 나타나면 뱁새는 무리를 지어 기생자를 공격한다.(
뻐꾸기와 뱁새는 오늘도 ‘진화의 군비경쟁’ 중) 뱁새는 둥지에서 뻐꾸기 알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내버린다. 뻐꾸기는 다시 뱁새 알과 비슷한 새로운 무늬와 알을 만들어 내는 공방이 이어진다.
뱁새는 덤불이나 수풀 속에 살며 높이 날지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둘러싼 오해도 많다. 하지만 뱁새도 앙증맞고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이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생태계의 또다른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준다면 뱁새의 억울함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송주희 교육연수생
allyinsev0325@gmail.com
뱁새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도 불린다. 알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