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아무르표범과 유전자 동일 판명…포식자 복원하면 감염병 막아
아무르표범과 유전자 동일 판명…포식자 복원하면 감염병 막아

지리산에서 1935년 잡힌 한국표범의 가죽. 여기서 채취한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몸길이 112㎝, 꼬리 길이 80㎝이다. 우두성 지리산 자연 환경생태 보존회 회장 제공.
가죽 달린 발톱서 유전자 추출 이 교수팀은 과학저널 ‘피어 제이’ 5월 1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지리산 표범에서 추출한 디엔에이를 바탕으로 계통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표범은 아무르표범과 동일한 아종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남한의 표범은 지리적 분포나 형태에 비추어 아무르표범과 동일한 아종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유전적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표범은 세계 표범 9개 아종 가운데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표범 복원 첫 단추 세계보전연맹(IUCN)은 지역적으로 절멸한 동물을 재도입하기 위한 지침에서 “유전적으로 동일한 집단에서 들여와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한반도에서 절멸한 호랑이와 표범의 복원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한국표범 복원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첫걸음으로 연해주 표범이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확산하는 것을 꼽았다. 현재 표범의 땅 국립공원 표범은 30마리이던 개체수가 80마리로 느는 등 개체수가 빠르게 늘어 중국 쪽으로 퍼지고 있다. 북한 쪽에 생태통로가 마련된다면 두만강과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이동이 가능해진다. 야생 표범이 아니라도 복원할 방법은 있다. 한국표범은 야생에서보다 2배나 많은 개체가 동물원 등에 살고 있다. 세계 88개 시설에서 209마리가 철저한 혈통관리를 받으며 인공증식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을 통하지 않고 인공증식한 한국표범을 비무장지대 동쪽 산악지역에 복원하는 방안이 연구되기도 했다(한국표범 복원이 두만강과 DMZ 수호신 될까). 그러나 이 교수는 “대형 포식자의 복원은 다뤄본 경험이 없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연해주의 한국표범 보전에 신경 쓰고, 러시아와 표범 보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표범의 마지막 번식지인 러시아 연해주 ‘표범의 땅 국립공원’ 시설과 전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포식자가 감염병 막아 준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를 복원하는 것은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막는 근본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호랑이와 표범이 사는 연해주에는 남한보다 멧돼지 밀도가 훨씬 낮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돌지 않는다”며 “최상위 포식자가 사람이 깨뜨린 생태계 균형을 되살리는 조절자 구실을 해 대규모 감염병을 막아 준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PeerJ, DOI: 10.7717/peerj.890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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