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세계자연기금 이영란 해양보전팀장 인터뷰
IUCN 보전안건 제출·컨퍼런스 등으로 멸종위기 알려
“상괭이 혼획 막기 위한 어업인 상생 캠페인 구상중”
IUCN 보전안건 제출·컨퍼런스 등으로 멸종위기 알려
“상괭이 혼획 막기 위한 어업인 상생 캠페인 구상중”

한반도 서해, 남해에 자주 나타나는 상괭이는 동아시아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소형 돌고래다. 등 지느러미가 없고 수줍은 성격으로 야생상태에서는 목격이 어려운 종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 제공
멸종위기에 처한 ‘세젤귀’ 돌고래 그 사이 지난달 상괭이에게 큰 뉴스가 도착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전세계적으로 보호가 시급한 생물종으로 ‘상괭이 보전 결의안’을 채택한 것. 부끄럼 많은 토종 돌고래를 국제 무대로 끌어올린 건 세계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상괭이 보전안건 제출부터 국제 컨퍼런스 개최까지 현재 상괭이 알리기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세계자연기금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수의사)과 김현지 세계자연기금 오피서를 만나 그간의 활동에 대해 들었다.

세계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상괭이 보전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괭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WF 제공
“상괭이 헤엄치는 모습에 전문가들 난리” 그즈음 고래연구자들 사이에서 상괭이를 더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 해양수산부는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정하고, 2019년 12월 경남 고성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마다 각국의 고래보유 현황을 보고받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도 상괭이 혼획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18년 세계자연기금과 이영란 팀장도 상괭이 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 학계나 해양환경단체들도 상괭이 알리기와 보호활동을 펼쳤지만 ‘화력’이 붙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9년 MBC 다큐 ‘바다의 경고, 사라지는 고래들’에서 자연상태의 상괭이를 명확하게 포착됐다. 부산아쿠아리움에서 다친 상괭이를 구조해 보호한 적이 있긴 하지만, 바닷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괭이가 이토록 선명하게 찍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수십년간 상괭이는 계속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제대로 된 기사나 캠페인이 없었죠. 왜냐하면 자료가 없었거든요. 상괭이를 찍었다고 해도 수면 위에 등만 살짝 보이거나, 아니면 사체 모습 뿐이었으니까. 얘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예요.” 이 팀장은 그냥 두면 묻힐 이 모습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 다큐를 제작한 이정준 감독의 허락을 구해 ‘상괭이 보호 캠페인’ 동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영상의 힘은 컸다. “반향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세계자연보전연맹 전문가 그룹에서도 난리가 났어요. 1990년대부터 쇠돌고래를 연구한 연구자도 야생에서 상괭이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장면은 처음 본 거죠.” 영상이 기폭제가 되어 세계자연기금 해외 사무소에서도 상괭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고, 4년에 한번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총회에도 안건을 제출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_______
혼획보다 좌초가 많아진 이유 김현지 오피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상괭이 보전결의안은 ‘자연 보전계의 유엔 결의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오피서는 “유엔은 국가간의 연합이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은 국가, 기구, NGO등 다양한 단위들이 결합을 한다. 1400여 개 주체들이 4년에 한번 투표를 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을 결의안으로 채택할 것인가, 권고에 그칠 것인가 결정하는데 상괭이는 결의안으로 채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목격하기도 어렵다는 상괭이를 위협하는 건 뭘까. “상괭이의 멸종 요인은 명확해요, 혼획이예요.” 혼획은 어민들이 어업 중에 의도치 않게 본래 잡고자 수산물이 아닌 생물을 섞어 잡는 것을 말한다. 이영란 팀장이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괭이의 적 ‘안강망’이었다.

상괭이를 혼획하는 안강망의 원리를 설명 중인 이영란 팀장.

상괭이 혼획 상황을 알리는 세계자연기금 상괭이 보호 홍보영상. 영상 갈무리
전세계 10마리 남은 바키타 운명 피하려면… 지난 11월25일에는 ‘황해 상괭이 보전을 위한 협력’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해양수산부와 세계자연기금이 공동주최한 이날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유명 고래학자뿐 아니라 해수부 담당 부처 관계자, 고래 개체연구 기계 사업자까지 참석했다. 이영란 팀장은 이날 발표 가운데 인상적인 내용으로 소형 돌고래 ‘바키타’의 사례를 소개했다. ‘바다의 판다’라고 불리는 바키타는 상괭이와 같은 쇠돌고래과로 멕시코만에 서식했으나, 혼획으로 현재 야생에는 10마리 미만이 생존해 있다고 알려져있다.

상괭이. 해양수산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