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움으로 출산했지만 치료비용 감감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땅을 밟은 필리핀 이주노동자 부부가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출산했지만 선천성 기형아인 아기의 수술비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필리핀 출신 외국인 이주노동자 조세핀(27·여)은 2004년 10월 남편 에르네스토(34)와 함께 한국으로 왔다. 경북 칠곡군 가산면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해 번 돈의 대부분을 본국으로 보내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지난해 조세핀이 아이를 가져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남편 혼자 번 돈으로 빠듯하게 생활해왔다. 이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미등록노동자 신분이어서 출산비 마련이 너무 벅찼다. 조세핀은 고민 끝에 대구 달성지역 아동센터에 딱한 사정을 얘기했고, 구미 와이엠시에이와 한 산부인과의 지원으로 지난해 12월 24일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힘든 타국생활에서 태어난 아이는 3개 밖에 없는 손가락이 붙어있었고 팔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선천성 기형이었다. 의사는 아이가 너무 어려 치료하기 힘들며 3개월 뒤부터 보조기를 하고, 3살 이후에 수술을 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출산비용도 없어 애태우던 이들에게 앞으로의 아이 진료비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었다. 구미 와이엠시에이는 다시 이 아이의 진료비를 모으기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
구미와이엠시에이 시민사업부 이선정 간사는 “아이가 태어난 뒤 너무 좋아하던 이들 부부가 선천성 기형이란 말을 듣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온정이라도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054)452-2231.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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