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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시민단체 눈으로 본 ‘청계천 복원현장’

등록 2005-02-11 21:44수정 2005-02-11 21:44

지난 5일 시민단체의 모임인 ‘청계천연대’의 회원들이 청계천의 광통교 복원 현장에서 다리끝받침돌(교대석)로 쓰인 신장석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5일 시민단체의 모임인 ‘청계천연대’의 회원들이 청계천의 광통교 복원 현장에서 다리끝받침돌(교대석)로 쓰인 신장석을 살펴보고 있다.


“빌딩숲 가려 햇빛없는 하천, 인도 난간 낮아 사고 우려도”

“우리가 상상했던 청계천 모습이 맞나요?”

지난 5일 오후 ‘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연대회의(청계천연대)’의 서울 청계천 복원공사 구간 답사 현장. 답사에 참가한 8명의 청계천연대 회원들은 길잡이인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물음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서울시가 2002년 사업을 추진할 무렵부터 청계천 복원을 요구하고 공사 과정에서는 역사·환경 복원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온 터였다.

광통교각 문양 ‘탄성’ 이 절로

청계천은 오는 10월 복원 완공을 앞두고 토목공사가 마무리돼 가고 있었다. 답사팀이 청계천 시작점인 종로구 서린동 동아일보사 앞에서 너비 4m의 천변 산책길을 따라 하류 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광통교 복원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하천 너비(20여m)보다 옛 광통교 길이(12m)가 짧은 탓에 새로 만든 이음새 다리가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답사팀은 다리 북쪽 다리끝받침돌(교대석)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1410년 태종이 정릉에서 옮겨왔다는 신장석(잡귀를 쫓기 위해 무덤에 둘러친 돌)의 정교한 구름과 당초 무늬가 눈에 띄었다. 태종은 당시 흙다리였던 광통교를 돌다리로 개축하면서,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의 신장석을 뽑아다 이 곳에 썼다. 혼백마저 광통교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라는 태종의 신덕왕후에 대한 저주가 담긴 돌이다.

그러나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이 곳은 광통교 원위치인 광교 네거리에서 150m 서쪽으로 떨어진 곳”이라며 “광통교의 장소성을 살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답사팀이 천변을 따라 걷는 동안 청계천에는 대부분 그늘이 졌다. 심재옥 서울시 의회 의원(민주노동당)은 “낮 2시인데도 고층건물에 가려 광통교쪽에 햇빛이 비치지 않는다”며 청계천이 ‘어둠의 강’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청계2가 공구골목에 가서는 고층건물이 드문드문해지면서 조금 햇빛이 들었지만, 주변부 재개발 계획에 따라 최고 25층에 이르는 건물들이 들어서게 돼 있어 청계천 대부분 구간에 볕이 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장애인 이동 불편한 곳 많아”

청계천 복원 시작지점에서 끝부분인 고산자교까지 청계천 양안에는 새 화강암 석축이 타일처럼 단조롭게 박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발굴조사 때 모전교와 광통교, 장통교 근처에서 발견된 조선 때의 양안석축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황 위원장은 “모전교와 광통교에서 발견된 양안 석축을 내버려두고 타일처럼 쌓은 석축에서는 인공미조차 느낄 수 없다”며 양안 석축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워했다.

또 답사팀은 청계천 옆 인도의 너비가 3m로 너무 좁은 데다 나무까지 심어져 있어 사람들이 둘이 나란히 걸어가거나 마주치는 사람을 피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발견했다. 청계천 옆 인도에서 청계천 둔치까지가 5m에 이를 정도로 깊은데 견줘, 인도의 난간 높이가 70~80㎝ 밖에 안 되는 점도 우려스러웠다.

심재옥 의원은 장애인의 이동 편의 문제를 지적했다. “장애인편의촉진법에 따른 규칙상 인도와 차도 연결지점의 높이는 2㎝ 이하로 설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에서 이를 초과했다”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 불편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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