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마을 전체가 미술관 “명륜동으로 놀러와∼”

등록 2006-03-03 21:43

이순종의 <아이를 찾습니다-마을버스 종점벽화>.
이순종의 <아이를 찾습니다-마을버스 종점벽화>.
하늘계단·마을다방·벽화…예술가 17명 뭉쳐 주민과 함께 전시기획

담배가게, 철물점, 김밥집, 사진관, 맥줏집…. 올망졸망 가게들을 품어 안은 구비구비 골목길. 서울의 평범한 동네 중 하나인 종로구 명륜동. 언제 보아도 다를 것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도란도란 펼치는 삶이 있다. 삶을 읽으면 풍경도 달리 보이는 법. 17명의 예술가들이 명륜동을 주제로 명륜동에서 뭉쳤다.

3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동네(명륜3가)를 무작정 돌아보기는 어려운 일. 3일 전시 안내소가 설치돼있는 선우부동산(성균관대학교 정문 옆)을 들렀다. 전시안내 책자와 함께 작가 이진경씨가 주민들에게 만들어주는 나무 문패 등이 쌓여 있다. 이곳에서 15년 동안 살았다는 선우부동산 박주홍 사장은 “동네를 위해 재미있는 일을 한다기에 흔쾌히 사무실을 내주었다”며 “이름 없던 계단, 벽에 그림을 그리고 이름을 붙여주니 명륜동에 사는 것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바코드로 버스를 장식한 양주혜의 <길밟기(8번 마을버스)>. 접는미술관 제공
바코드로 버스를 장식한 양주혜의 <길밟기(8번 마을버스)>. 접는미술관 제공
박 사장의 말대로, 전시를 벌이며 동네엔 예쁜 이름들이 새로 생겼다. 명륜동은 북악산 자락에 있어 유난히 계단이 많다. 작가 김을씨는 숨을 헐떡거리며 올랐던 165개의 계단을 ‘하늘계단’이라고 명명했고, 하늘로 올라가는 길엔 파란 구름을 점점이 그려놓았다. 길이 좁아 버스정류장 입간판을 세울 수 없었던 곳엔 안규철씨가 반짝이는 타일을 길바닥에 붙여 정류장 표시를 해놨다. 이젠 아무데서나 버스를 세워달라는 주민들과 운전기사가 벌이는 실랑이가 없어졌다. 마을버스 종점, 썰렁했던 벽엔 아기자기한 벽화가 생겨났다. 작가 이순종씨가 그림을 몇점 그려놓자, 나머지 여백은 주민들이 알아서 채워간다. 김동환씨는 주차장·고깃집이 거쳐간 썰렁했던 공간에 마을다방 ‘쌀’을 열었다. 주민들이 가져온 가족사진들이 다방 벽을 장식했다. 다방 한켠에선 이진경씨가 문패를 만드느라 쉼없이 또닥거린다.

이 전시는 ‘지역밀착형 미술’을 꿈꾸는 전기획팀 ‘접는 미술관’이 마련한 자리다. ‘접는미술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명륜동에 자주 놀러와서 주민들과 사귀며 함께 전시 방향을 잡았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동네 새마을금고를 접는미술관의 임시 사무실로 쓰고, 부동산에 안내소를 차릴 정도로 주민들한테 후한 점수를 얻었다. 전시에 참가한 17명의 작가들은 이 마을의 26개 단체(주민자치위원회·청소년지도위원회·노인회 등)로부터 예술상과 감사패도 받았다.

접는미술관 기획자로 일하는 ‘탄’은 “마을지도를 가지고 동네를 돌며 작품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이 전시를 가장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요령을 알려줬다. 전시는 17일까지. 미리 예약하면 12시·4시 하루 두차례씩 명륜동에서 오래 살았던 주민이 직접 안내를 해준다. 명륜동 주민은 무료이지만 외부 관람객들은 어른 2만원, 어린이 1만원을 내야 문패 제작·사진 촬영 같은 전시 참여가 가능하다. (02)540-0107. www.collapsiblem.org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