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청 앞 광장에서 보름째 ‘노숙 시위’를 벌이던 중증 장애인들의 시위 도구를 빼앗고 시청 출입구를 가로막아 화장실 이용도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반인권적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철폐연대)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청 소속 청원경찰 20여명은 3일 아침 7시45분께 ‘철폐연대’가 시청 정문에 걸어놓았던 펼침막을 떼고 이불·탁자·의자 등을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며 현장에 있던 장애인 3명은 시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철폐연대’는 지난달 20일부터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시청 앞 광장에서 먹고 자며 이명박 시장 면담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지난 15일 동안 들었던 말은 ‘시장 면담 불가’였다.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실태 조사조차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당시는 ‘황제테니스’ 논란으로 이 시장이 한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때로,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서울광장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노숙시위’를 허용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아침 중증 장애인들의 농성장을 기습적으로 농성장을 덮쳤다. 농성장을 해체한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시청 앞마당에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구 쪽에 화분을 빽빽이 세워 놓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시청 정문을 너무 오랫동안 막았기 때문에 기다리기가 힘들었을뿐더러, 며칠전에도 전동휠체어로 시청 유리문을 부순 적이 있어 화분으로 입구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