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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씨알문화패 ‘마법’에 빠져보실래요

등록 2006-04-12 19:49수정 2006-04-12 19:52

대전 씨알학교의 ‘씨알 문화패’ 아이들이 지난 9일 전국 국악경연대회에 나가 공연하고 있다. 오른 쪽은 학교 근처로 나들이 나온 씨알학교 아이들. 씨알학교 제공
대전 씨알학교의 ‘씨알 문화패’ 아이들이 지난 9일 전국 국악경연대회에 나가 공연하고 있다. 오른 쪽은 학교 근처로 나들이 나온 씨알학교 아이들. 씨알학교 제공
방과후 교실서 문화패로 변신 10년
수줍던 애는 ‘가수’…음치는 북 고수…절망딛고 자신감·희망의 싹 틔워
180회 공연·대회서 수상경력도 “우리도 세상의 씨알 될거에요”
대전 지역아동센터 ‘씨알학교’ 20년

“우리도 세상의 ‘씨알’이 될 거예요!”

절망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만 같던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이끄는 ‘마법의 성’이 있다.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씨알학교’가 그곳이다.

공단 밀집지역인 이곳은 대전에서 집값이 가장 싸다. 그만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씨알학교 학생 55명 가운데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절반을 넘을 정도다. 악다구니가 끊이지 않던 이곳에 문을 연 지 20년째인 씨알학교는 애초 평범한 청소년 방과후 교실로 출발했지만, 1996년 ‘씨알문화패’를 만들면서 ‘아름다운 변신’을 거듭하게 된다.

변화는 순간에 왔다. 황선업(47) 씨알학교 총무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정신지체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 부엌에 수도조차 없는 집에 사는 아이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듯했다”며 “교과서를 손에 쥐여주기 전에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는 일이 더 필요하다는 걸 그날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씨알문화패는 이런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자신감을 주고 희망을 키워주고자 만들어졌다. 사물놀이를 주로 하고 판소리와 춤도 가르쳤다. 시작은 순탄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채 10분도 안 돼 자리를 떠나기 일쑤였고, 조금만 잔소리를 들으면 다음날 빠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변화는 인내가 이끌었다. 여기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버리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문화패를 끌어왔다는 황 총무는 “기적은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느리지만 놀랍게 변했다. 말 못하는 아이처럼 낯선 사람 앞에서 입이 굳어버리던 아이가 관객 앞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게 됐고, 한여름에 겨울내복을 입고 지내다 길에서 황 총무에게 발견된 한 아이는 박자도 못 맞추던 ‘음치’에서 북의 고수로 자랐다. 손버릇이 나쁘던 말썽쟁이 아이는 어느덧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예민한 감수성, 우수한 학업성적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는 동안 180여차례에 걸쳐 사회복지시설 등을 돌며 공연을 했고 정기공연도 두차례 치렀다. 지난해에 한국국악협회 등이 주최한 전국국악경연대회 사물놀이 중등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같은 대회 ‘사물앉은반’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멈추지 않는 행진은 내년 독일 공연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 9명과 중학생 10명으로 짜인 씨알문화패가 그동안 배출한 단원은 150여명을 헤아린다.

장래 희망이 음악교사라는 김보람(11)양은 “꽹과리 치는 거 자체가 좋아요. ‘마법의 성’에 꼭 한번 찾아오세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최재천 대화초등학교 교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씨알학교와 문화패가 이루어낸 결실은 정말 놀라운 것”이라며 “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 진정한 방과후 교육의 전범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락처 (042)622-3389.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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