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고 김효진씨의 한빛 맹학교 중학부 졸업사진
시 33편 동요로 만들어
12일 추모음악회
12일 추모음악회
‘소리 없는 탄성으로 고요를 깨뜨리고 이제 막 봉긋 가지마다 피어난 꽃잎이여.’(김효진, 〈목련〉 가운데)
지난 3월 18일 세상을 떠난 시각 장애인 시인 고 김효진(24)씨의 시가 동요로 ‘재탄생’한다. 서울 강남구청 공무원 봉사동아리 ‘동요동’의 후원으로 오는 5월 12일 강남 구민회관에서 고 김효진씨의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추모 음악회에선 고인의 시 ‘꽃씨’ 를 포함, 작곡가 허미경(경북초등학교 음악교사), 정윤환(숭의초등학교 교감)이 곡을 붙인 33곡의 동요가 발표된다. 곡들은 시디(CD)로 녹음되어 이날 무료 배포 된다.
김씨는 태어날 때부터 얻은 시신경 질환때문에 9살 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여기에 초등학교 1학년 때 얻은 당뇨로 인한 신부전증, 뇌경색등의 합병증으로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은 창작의 동력이 됐다. 고통속에서도 동시 100여편을 남겼다.
시를 쓰게 된 것은 병마와 싸우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김씨의 글솜씨는 개인적인 취미를 넘어섰다. 솟대문학 3회 추천완료 작가,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에서 수기부문 최우상을 받았다. 김씨의 사연은 동요 ‘봄’의 작곡가인 이성복(방산초등학교 교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1998년 교육방송(EBS)의 동요 프로그램인 ‘고운 노래’의 애청자였던 김씨가 당시 같은 프로에서 ‘우리 가족’이란 노래를 발표한 이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목소리가 너무 아기 같아서 유치원생인줄 알았다”라고 회고했다.
어느날 김씨는 “나의 시가 노랫말이 되는것이 꿈이다”라고 말했다. 꿈은 이뤄졌다. 2005년 8월 22일 대학로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 김씨의 동시는 무대에 올려졌다.
하지만 장래가 촉망됐던 시인 김씨는 지난 3월 18일 투병생활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골은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동해안에 뿌려졌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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