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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강제출국 아내 꼭 데려오렵니다”

등록 2006-05-02 21:51수정 2006-05-03 00:04

새터민 서아무개씨가 위장결혼으로 몰려 강제출국 당한 조선족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새터민 서아무개씨가 위장결혼으로 몰려 강제출국 당한 조선족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새터민 서씨-조선족 부인 위장결혼 혐의 한달만에 이별
“쫓겨간 제 아내를 데려올 수 없다면 다시 한국을 떠나렵니다.”

1998년 탈북해 7년 동안 중국에서 숨어지내다 지난해 1월 한국에 들어온 서아무개(56·울산시 동구)씨는 지난달 18일 만난 지 한 달여만에 강제출국 당한 조선족 부인 김아무개(55)씨를 그리며 비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씨의 기구한 사연은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새터민들의 고된 삶과 일탈, 번민, 좌절 등을 엿보게 한다.

서씨는 북한에서 다친 다리가 불편해 지난해 10월 다니던 선박건조회사를 그만둔 뒤 월 32만원의 정부보조금으로는 생활이 어렵게 되자, 애인인 탈북여성 남아무개(50)씨 자매와 짜고 돈을 벌기 위해 중국 조선족 여자를 상대로 위장결혼을 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에 온 남씨는 서씨가 비록 위장결혼이지만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진짜로 사랑에 빠질 것을 우려해 자신보다 먼저 탈북한 여동생(41)의 시고모(남편의 고모)인 김씨를 위장결혼 대상자로 결정했다.

하지만 발각과 처벌을 두려워하던 서씨는 위장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 남씨의 여동생이 언니 몰래 서씨에게 “시고모와 진짜 부부 인연을 맺으라”고 설득했다. 서씨와 김씨는 국제전화를 통해 정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서씨는 위장결혼하면 1000만원을 받기로 했으나 소개비도 받지 않기로 했다. 서씨는 지난해 12월5일 김씨와의 혼인신고를 했고, 비자를 받은 김씨가 올해 3월5일 울산에 도착했다.

하지만 서씨는 살을 맞댄 지 일주일만에 아내 김씨와 떨어져 살아야 했다. 두 사람의 실제 부부관계를 눈치챈 남씨가 서씨 집을 찾아와 거세게 항의하자 이를 견디다 못한 김씨가 경기도 김포로 살 곳을 옮겨 가정부 일을 시작했다. 서씨도 남씨를 피해 김포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는 사이 입소문이 퍼져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위장결혼 소문을 들은 울산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15일 두 사람을 불러 조사한 뒤 서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김씨는 법무부 울산출장소로 넘겼다. 남씨의 여동생 등 새터민 회원 4명이 경찰서를 찾아가 서씨 부부의 숨겨진 사연을 털어놓았으나, 경찰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하룻만에 강제출국 조처됐고 서씨도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남씨의 여동생은 “경찰이 언니와 탈북회원 등 2명만 조사하고, 결혼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나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경찰이 위장결혼이라고 다그쳐 미처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며 “억울하게 쫓겨간 아내가 되돌아올 수 없다면 중국으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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