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장신구박물관 고문을 맡고 있는 김승영 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가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세계장신구박물관 2층에서 아프리카·중남미 등 각지에서 수집해 온 탈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anaki@hani.co.kr
[도시와생활] 삼청동 장신구박물관
즐비한 박물관·화랑중 ‘우뚝’
전세계서 모은 1천여개 ‘반짝’
옥상서 감상하는 경관도 ‘강추’
즐비한 박물관·화랑중 ‘우뚝’
전세계서 모은 1천여개 ‘반짝’
옥상서 감상하는 경관도 ‘강추’
“난 낯선 의자에 앉아서 난 낯선 거리를 보면서….”(루시드 폴, 〈삼청동〉가운데)
삼청동은 서울이란 거대 도시 속에서 ‘낯설음’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북촌의 한옥 마을과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과 국적 불명의 이국적 정취가 용광로처럼 뒤섞여 있다. 거리의 독특한 분위기가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을 끌어 모은다. 삼청동이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처럼 박물관, 화랑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청동 프리미엄’을 업은 ‘무늬만’ 박물관·화랑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세계 장신구 박물관’(관장 이강원·wjmuseum.com)은 ‘박물관’ 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박물관은 외관부터 범상치 않았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밀도감이 느껴졌지만 답답함 보다는 정겨움이 컸다. 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어 보였다. 좁은 공간을 십분 활용한 인테리어의 덕분이다.
서울대 건축학과 김승회 교수는 설계를 맡은 뒤 일일이 전시 예정품들을 살펴보며 장신구를 보관하는 ‘보석함’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거대한 ‘보석함’ 안에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중앙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수집한 1천여 개의 장신구들이 호박, 엘도라도(금장신구), 목걸이, 십자가, 근대 장신구, 비즈, 가면, 반지, 아프리카 조각상의 총 9개의 주제로 구분·전시돼 있다.
장신구를 단순히 ‘액세서리’로 단정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승영 박물관 고문은 “장신구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5kg 짜리 여성용 ‘발찌’는 아프리카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설명해 준다. 무거운 발찌를 차고 뒤뚱거리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남성들이 만족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장신구에 대한 역사·문화적 의미는 각 전시장마다 설명이 되어 있지만, 요청하면 직접 관장이나 고문이 설명 해준다. 영어 뿐만 아니라 스페인어에도 능통하다고 하니 외국인과 가도 걱정안해도 될 듯하다.
이강원 관장은 외교관이었던 남편 김승영 고문을 따라 1978년부터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자마이카 등을 오가며 보았던 각국의 장신구에 끌려 수집을 시작했다. 한동안 장신구에 ‘미쳐’있던 이 관장은 지나가는 사람의 팔찌나 목걸이 등을 붙잡고 살펴보다가 도둑으로 오해받기도 했었다. 이 관장은 에티오피아어 고미술상으로부터 장신구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직접 에티오피아어인 ‘암하릭’어를 배우기까지 했었다. 이러한 집념과 사랑이 오늘날의 장신구 박물관을 탄생시켰다. 한가지 더, 박물관의 ‘백미’는 박물관 옥상에서 보는 삼청동 주변 경관이다. 인왕산과 북악산이 어우러진 광경은 그야말로 ‘강추’다. 박물관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어른 5천원, 학생 3천원 이다. 삼청동 거리 어귀 삼청파출소 골목으로 30여m만 올라가면 바로 보인다. (02)730-1610.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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