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 김득중씨
“이 낡은 사진 한장과 목도장이 내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했던 흔적의 전부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위원회가 전북 익산지역에서 직접 현장조사를 벌인 마지막날인 23일 김득중(82·익산시 웅포면 송천리 진소마을)씨는 60여년이 넘게 소중히 간직해온 증거물을 조사반에게 내밀었다. 이날 집에서 혼자 조사를 받던 김씨는 낡고 바랜 증거물을 불쑥 꺼내놨다.
변색한 사진 속의 인물은 1943년 김씨의 모습이었고, 도장은 ‘김천득중’(金川得中)이란 일본명을 새긴 새끼손가락 크기의 목도장이었다.
김씨는 “사진은 일본 나고야의 한 광산에서 위험한 일을 자청했을 때 일본인들이 포상휴가를 주면서 찍어줬고, 도장은 보급품을 받을 때 날인하는 것으로 일본인이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빈농의 아들이라 마을에서 가장 먼저 강제동원됐다는 김씨는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넘긴 뒤, 1945년 9월 몰래 숨겨논 돈을 이용해 부산항으로 귀국했다.
그는 “일본은 패망을 했는데도 우리를 곧바로 풀어주지 않았다”며 “불쌍하게 죽어간 피해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강제노역의 대가를 꼭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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