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 인상적 성과 서울에 학숙설립 힘쓸것”
“도청 이전 마무리못해 아쉬워”
이달 말 퇴임하는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26일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기 손으로 직접 입력한 첫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 지사는 “휴대폰 자판이 나이 든 이가 보기에 너무 작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요즘은 새로 산 그랜저 승용차로 운전연습도 하고 있다. 관선 지사를 거쳐 3선 민선 지사까지 12년 동안 ‘직업이 지사’였던 생활을 그만두며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이 지사만큼 복 많은 공직자도 흔치 않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청와대 등 요직을 두루 거쳤고, 민선시대에는 선거 때마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했으며, 3선 광역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를 다 채웠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별다른 레임덕도 없었다. 경북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어 권역별 특성이 다르고 문중과 종교, 학교, 시민단체 등이 많아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 지사는 지역의 화합을 무난하게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임기 중 수출은 5배 늘었고 지역내 총생산(GRDP)은 전국 5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 권역별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고속도로 등 교통망 확장, 동북아자치단체연합 창설 등도 성과로 평가된다. 이 지사 자신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 양성자 가속기 유치, 안동 국학진흥원 설립을 가장 인상적인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결단력이나 강력한 추진력은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도청 이전은 입지 용역 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도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해 그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용역 결과 점수가 가장 높았던 경북 북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의원이 반대해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최근 다시 불붙는 이전 논의와 관련해 “도청은 당연히 경북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포항 등 동해안권이 울산과 에너지 클러스터로 연결되고, 부산·경남이 전남과 남해안 벨트를 형성하는 가운데, 대구·경북의 경제·행정통합이 추진되지 않으면 경북은 고립돼 발전동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27일 도지사 관사를 떠나 전세로 얻은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50평형) 아파트에 입주한다. 그는 퇴임 뒤에도 바쁠 것 같다. 그는 지난달 대구·경북 출신 전·현직 장관 등 원로급 인사들이 구성한 ‘대경육영재단 설립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1000명의 추진위원을 모아 경북 출신 학생 100명이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는 학숙을 만들 생각이다. 해비타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도 참여한다. 그는 또 “‘뉴비전 포럼’을 꾸려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새로운 꿈을 만드는 일에 몸담고 싶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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