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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달린 세월만큼 ‘명품’ 된 오랜 친구

등록 2006-07-10 20:43

이슬도 안 맞히고 애지중지…19만㎞ 달려
기름 많이 들고 부품 구하기 힘들지만 멀쩡
[이사람] 20년째 국산자동차 ‘포니2’ 타는 손병준씨

“처음 15년 동안 차에 이슬도 안 맞혔어요. 앞으로 죽을 때까지 타고 다니렵니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손병준(71)씨는 20년째 국산 자동차 ‘포니2 픽업’을 몰고 다닌다. 그는 1987년 4월쯤 포니 자동차를 구입했다. 당시 400만원 가량을 주고 산 포니는 손씨에게 보배와도 같아서 처음 15년 동안 비는커녕 이슬도 맞지 않도록 차를 애지중지 여겼다.

그러다 5년 전 경북 김천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추돌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자동차가 심하게 손상되자 크게 낙담한 손씨는 잠시 포니를 그냥 내버려두기도 했다.

그러나 손씨는 생각을 바꿔 차를 새로 바꾸는 대신 찌그러진 포니를 다시 고쳐나갔고, 자식들이 괜찮은 새 차를 사준대도 거절하며 포니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본업인 이발소 일 외에도 집에서 100여㎞ 떨어진 경북 김천에서 양봉과 함께 논 9마지기, 밭 2마지기를 농사짓는 손씨에게 수확한 농산물이나 벌통을 나르려면 포니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손씨는 “포니를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이 쳐다보기도 한다”며 “지난해에는 어떤 사람이 집으로 찾아와 500만원에 포니를 팔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고속도로에서 간혹 고장도 나고, 한번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지만 매년 2차례 정기 검사를 받으면서 꾸준히 차를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손씨가 포니를 타고 달린 주행거리는 19만㎞를 넘는다. 차가 오래돼서 예전에 비해 기름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경제 속도’인 80㎞를 넘기지 않아 아직도 쓸만하다.

이웃 이유한(57)씨는 “포니를 보니 참 신기할 뿐만 아니라 7년 된 내 자동차도 더 오래 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웃들도 “진짜 오래 타셨네. 나중 되면 명품 되겠네”라고 부러워하며 “휴대폰처럼 차를 자주 바꾸는 세상에서 알뜰살뜰하니 보기 좋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손씨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늙어서 운전을 못할 때까지 포니를 타고 다닐 생각”이라며 “좋은 거 갖고 싶은 마음은 다 같지만 형편에 맞춰 아끼면서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활짝 웃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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