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건설노동자 가족들 호소
“남편의 빈 자리는 더욱 커져 가는데 멍하니 잠자는 아기와 하염없이 내리는 비만 번갈아 쳐다봅니다.”
12일 오전 11시, 대구·경북 건설노조 파업으로 최근 구속된 노조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다. 결혼 2년만에 남편이 구속된 이명희(30·사진)씨는 5개월 된 딸을 가슴에 안고 “가족의 품으로 남편을 돌려 보내달라”며 울먹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씨는 “새벽 5시30분에 일터로 나가 피말리는 힘겨운 노동을 해도 아파트 투기로 돈 버는 이들은 따로 있다”며 “건물을 지은 주인공들은 1년에 8천명이 목숨을 잃고 신용불량자로 자살하고, 가족들이 생계고로 해체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돌아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들보다 잘 살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받고 싶다는 것이 남편이 절박하게 외치고 싶었던 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의 남편 이아무개(30)씨는 지난달 12일 수성경찰서 앞에서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19일 구속됐다.
대구경북 건설노조 부위원장 이길우(38)씨의 부인 이명주(36)씨는 “수배 노동자 가족들의 일터에 경찰들이 수시로 찾아와 생활에 지장이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씨는 경찰이 수배자 아내의 직장에 찾아와 직장상사에게 여러가지를 묻고 가거나 자진 출두 이후에도 찾아오는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가족대책위 책임회원을 맡은 김향숙씨는 “구속된 건설노동자들의 영치금과 변호사 비용, 부상자들의 입원·수술비 등도 큰 부담”이라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나섰던 노동자들을 조속히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파업과 관련돼 이날까지 건설노조원 21명이 구속되고 8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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