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폭우로 서울 영등포구 양평교 부근 둑 일부가 무너져 물바다가 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2동 안양천 부근 지역에서 119소방대원들이 고무보트로 수색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슷한 시각 안양천 양평교 아래 둑이 쓸려나간 곳에서 물막이 막바지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서울시, 둑 일부 잘라낸 뒤 제대로 복구 안해
물 잠긴 양평동 전기·가스도 끊겨 ‘칠흑의 밤’
물 잠긴 양평동 전기·가스도 끊겨 ‘칠흑의 밤’
16일 새벽 기습적인 폭우로 서울 안양천 둑이 무너져 영등포구 양평2동 주택가 일대는 삽시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원인은 서울시가 지하철 공사를 벌이며 깎아냈던 천변 둑을 제대로 복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주민 2만여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응급 복구 작업에 나섰으나 쏟아지는 빗속에서 둑이 터진지 14시간 만인 저녁 8시께야 겨우 물길을 잡았지만, 황톳빛 물길은 이미 주민들의 터전을 삼킨 뒤였다.
몇시간 만에 황량한 물바다로=안양천 둑 10여m가 유실된 영등포구 양평2동 6가 일대는 안양천에서 온종일 강물이 밀려들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밀려드는 강물’과 ‘쏟아지는 빗물’에 점령당한 안양천변의 영등포구 양평동2동 일대는 폐허처럼 변해 ‘수상도시’를 방불케 했다. 추가 사고를 우려해 전기·가스 공급을 끊어 밤이 되자 양평2동 4~6가 3천여가구 일대는 물에 잠긴 채 칠흑 같은 어둠속에 빠져들었다. 주민들이 황급히 떠난 안양천 근처 주택가는 역류한 흙탕물이 골목길로 넘쳐흐르며 어디가 길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양평교 부근 주택가는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고 골목길 곳곳에 주차됐던 승용차들도 창문만 물 밖으로 드러낸 채 깊게 잠겼다.
이날 양평교 위와 인근 둑에서는 온종일 307대의 덤프트럭과 21대의 포클레인이 동원돼 흙더미를 쏟아붓고 청소차 철제통을 던져서 물길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쏟아져드는 하천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오후부터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저녁 8시께 간신히 터진 데를 막았고 본격적인 배수 작업이 시작됐다.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낮 11시40분께 양평2동 500여가구, 12시40분께 700여가구 등 집에 남아있던 1200여가구 5천여명의 주민들에게 잇따라 대피령을 내렸고, 이 가운데 207가구 655명이 당산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오후 5시30분께엔 양평교 근처 ㄷ아파트 1층에 물이 차오르자 주민들이 119에 구명보트를 요청해 노약자들을 긴급 수송했다.
지하철공사장 관리에 허점=안양천 둑 붕괴는 이날 새벽 5시30분께 콘크리트 제방 틈새로 하천수가 유입되는 것을 순찰 근무자가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구멍이 난 곳은 지난 5월 초 지하철건설본부가 9호선 공사를 벌이며 둑을 절개했던 지점이었다. 당시 지하철건설본부는 안양천변 서부간선도로 양평교 입구 쪽(907공구)에서 안양천 지하를 횡단하는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제방 일부를 헐어냈고 공사 뒤에 다시 복구했다. 공사가 끝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곳이 폭우에 맥없이 뚫리고 만 것이다.
구멍은 처음엔 크지 않았지만 곧 둑이 무너져내렸고 낮 12시께는 폭 10m의 거대한 수로로 변했다. 물은 지하철 공사장으로 흘러들어 도로로 역류해 인근 주택가까지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지하철건설본부 강형우 건설부장은 “정확한 원인은 복구공사 뒤에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안양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수압이 높아지자 구멍이 뚫렸다”며 “지하철 공사를 하다가 손을 댄 지점이 유실됐으니 결과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이재명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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