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협정 53돌을 맞은 27일 오후 ‘한강을 평화의 강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에 참가한 서울·경기 지역 평화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강화도 한강 어귀 어로한계선까지 간 배 위에서 ‘평화의 강’이란 주제의 상황극을 지켜보고 있다. 강화/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어로한계선 앞 배는 멈추고
통일염원 담은 갈댓잎만 북으로
통일염원 담은 갈댓잎만 북으로
‘와∼’. 27일 오후 5시30분 ‘평화의 배’가 마침내 강화도 교동도 한강하구 어로한계선 남방 800m 지점에 이르자 200여 참가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북위 37도 45분 50초. 남쪽 민간 선박이 갈 수 있는 사실상의 한계 지점이다.
고향 황해도를 코 앞에 두고 눈가를 적시던 최종대(71·서울 영등포구)씨는 “틈만 나면 교동도까지 와 북녘의 4형제에게 적은 사연을 페트병에 담아 띄우곤 했다”며 “하루 빨리 남북이 화해해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출발한 420t급 배 삼보6호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이른 얼마 뒤 160여명을 싣고 창후리에서 출발한 화개9호도 옆에 와서 섰다. 배가 멈추자 참가자들이 서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배 안이 잠시 소란해졌다.
일부 참가자들이 미리 정성껏 접어놓은 작은 갈대잎 배를 꺼내 바다를 향해 던졌다. 평화를 갈망하는 저마다의 마음을 고이 간직한 갈대 배는 53번째 맞는 정전협정 기념일 저녁 밀물을 타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다. 한숨만큼의 무게밖에 되지 않을 저 배와 하늘로 띄운 풍선들이 언젠가는 한반도의 이 무거운 긴장을 넘어 남북을 이어주리라고 모두가 기대하는 듯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늦장마 폭우가 퍼붓는 가운데서도 큰 탈 없이 치러졌다. 서울 경기 인천 쪽 55개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한강하구가 민족의 화해·협력과 평화를 상징하는 지대로 바뀌기를 기원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박성용 상임집행위원장은 “한반도 동쪽은 금강산 관광으로 민간의 왕래가 뚫렸지만 서쪽은 여전히 긴장 상태”라며 “좌우 이념의 희생자들인 실향민들의 아픔을 해소하고 한강이 분쟁에서 평화로 가는 강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면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부방 선생님과 함께 식전 행사에 참가한 신다올(12·하점초5)군은 “빨리 통일이 돼서 배를 타고 북한에 가봤으면 좋겠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춤 공연을 벌인 박근화(18·강화여고2)양은 “분단으로 어른들이 아픔을 겪어왔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통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70여 명의 실향민과 어린이·청소년 등이 참가했다.
북 미사일 문제 등으로 남북의 긴장이 한층 높아진 정전 협정 53주년 기념일에 열린 이날 행사가 끝나갈 무렵, 갈대 배와 풍선들은 수천 수만년 동안 한강물을 품어온 서해의 너른 물결 속으로 사라져갔다.
강화/전종휘 기자, 김도원(서울대 외교학과3) 인턴기자 symbio@hani.co.kr
평화의 배 선상에서 ‘평화의 강’이란 주제로 상황극이 열리고 있다. 강화/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평화의 배 선상에서 ‘평화의 강’이란 주제로 상황극이 열리고 있다. 강화/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참가자들이 평화의 배에 매달 깃발을 만들고 있다. 강화/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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