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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괴물’ 뜨는데…한강 매점상인들은 울상

등록 2006-08-03 20:14

영화 〈괴물〉의 주무대가 된 한강시민공원. 2일 오후 3시께 한강 시민공원 여의도 지구에는 더운 날씨 탓에 시민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영화 〈괴물〉의 주무대가 된 한강시민공원. 2일 오후 3시께 한강 시민공원 여의도 지구에는 더운 날씨 탓에 시민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시, 매출액 60% 맥주 판매금지 이어
87개 매점 임대시한 내년말로 못박아
“물난리에 매점 떠내려가고 장사 공쳐”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괴물>의 주인공들은 한강시민공원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가족이다. 영화가 뜨면서 매점 상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원효대교 남단 여의도지구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조성복(55·한강상인연합회 회장)씨는 3일 “촬영 때 도움말을 줬던 <괴물>이 성공한 것은 기쁘지만 정작 우리는 죽을 맛”이라고 털어놨다.

영화에서 아버지 박희봉씨가 신경써서 대접하는 것은 돗자리에 앉아 맥주를 시키는 손님들이다. 실제로 지난 초봄까지만 해도 매점에서 취급하는 품목 중 주류의 비중은 매출액의 60%나 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 4월부터 한강을 공원화하고 질서유지를 하자는 취지로 한강 매점의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여기에 시는 장기임대에 따른 특혜를 이유로 간이 매점의 운영 시한까지 2007년 12월31일로 못박았다. 조씨는 “사형을 앞둔 사형수도 쌀밥을 먹이는 게 우리 정서인데, 상인들 쫓아 내면서 주류까지 못 팔게 하는 건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공원 분위기를 위해서 술을 제한해야 한다면, 야구장처럼 1명당 술 판매량을 제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강시민공원에는 87개의 간이매점이 있다. 상인들은 3.1평짜리 매점의 임대료와 하천점용료로 1년에 각각 100여만원과 30여만원을 서울시에 낸다. 여기에 규격봉투 사용료·전기 사용료·부가세·주차료 등으로 1년 평균 565만원이 들어간다. ‘성수기’인 여름철에 올해처럼 물난리라도 나면 몇 주 동안은 장사를 공친다. 큰비가 내릴 때 매점 컨테이너를 옮기기 위한 지게차 사용료도 가게마다 ‘갹출’한다. 올해 장마엔 잠실지구의 5개 매점이 물에 휩쓸려 가기도 했다.

한강 매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사 목’이다. 한강시민공원 매점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순서에 따라 A~D등급까지 매겨 있다. 영업 장소는 2년마다 추첨해 결정하는데, 상인들에겐 장소 결정이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추첨에 앞서 표를 뽑는 순서를 정하는 추첨을 다시 할 정도다.

매상이 뚝 떨어진 상인들의 속을 더 괴롭게 하는 것은 한강에 유유히 떠있는 유람선이다. 유람선은 6천원짜리 병맥주부터 30만원짜리 와인을 갖추고 있다. 18년째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아무개씨(52)는 유람선에 붙여놓은 펼침막을 보면 속이 뒤집어진다고 했다. “한강의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야외에서 한 잔의 호프를 즐기세요.”

글·사진 이정국 기자, 이용주 인턴기자(서울대 정치 4)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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