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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대구 동성로 숨쉬어야 ‘녹색 인간’이 숨쉽니다

등록 2006-08-16 19:57

지난 15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를 출발해 국채보상공원에 도착한 ‘녹색인간’ 이상옥(왼쪽)씨가 “이제야 숲이 있어 방독면을 벗고 숨쉴 수 있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연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연출자 박종하씨.
지난 15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를 출발해 국채보상공원에 도착한 ‘녹색인간’ 이상옥(왼쪽)씨가 “이제야 숲이 있어 방독면을 벗고 숨쉴 수 있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연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연출자 박종하씨.
장애인 박종하·노동자 이상옥씨
‘차없는 거리’ 위한 환경 퍼포먼스
“상식 통하는 사회 만들고파”
지난 15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온 몸을 녹색 물감으로 칠한 ‘녹색인간’ 이상옥(31·방송통신대 1년)씨가 나타나자 길가던 이들이 주위로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앞산터널 공사강행으로 지상으로 내려온 녹색인간은 차량통행이 너무 많아 매연으로 오염된 동성로에선 숨쉬기조차 힘들다며 방독면을 착용하고 800여m 떨어진 국채보상공원까지 무척 힘겨운 몸짓으로 걸어갔다.

간혹 길가에서 화분이나 나무를 반갑게 껴안고 산소를 들이마시기도 하던 녹색인간은 조그만 숲이 조성된 국채보상공원에 도착해서야 겨우 방독면을 벗고 잔디 위에 편히 누웠다. 동성로가 문화의 거리로 거듭나기 위해 ‘차없는 거리’를 조성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였다.

대구의 환경지킴이를 상징하는 ‘녹색인간’이 태어난 것은 지난해 8월15일 앞산정상에서 펼쳐진 앞산 삭발 퍼포먼스에서다. 지난해 6월, 대구 4차순환도로 앞산터널 공사강행에 반대하는 사이버 카페 ‘앞산 바보’(http://cafe.daum.net/apsanallin)에서 만난 연출자 박종하(38·1급 중복지체장애인·전도사)씨와 연기자 이씨가 의기투합해 녹색인간을 만들었다. 이들은 일방적인 구호만 가득 담긴 집회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즐기며 할 수 있는 시위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그 수단으로 퍼포먼스를 선택했다.

녹색인간을 기획한 연출자 박씨는 “적은 인원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공연이 가능하고, 비용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의사전달도구로서의 ‘퍼포먼스 예찬론’을 펼쳤다. 녹색인간 구상을 먼저한 것은 박씨였지만 오랜 혈액투석으로 혈관이 굵어지는 등의 장애 때문에 주인공 자리를 이씨에게 양보했다. 건설일용노동자로 생계비를 벌면서 방송통신대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고 있는 연기자 이씨는 거리공연문화단체의 스탭으로 참여하면서 마임과 퍼포먼스 장르에 관심을 가져왔다.

1995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연출자 박씨는 1급 중복장애(신장장애 2급, 지체장애 4급)를 안고서도 마을만들기, 대구 와이엠시에이 회원비상대책위, 지하철참사 시민대책위, 중앙지하상가 상인 대책위 등 여러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박씨는 1999년 이식받은 신장마저 망가져 일주일에 3번,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1급장애인이 됐다. 그 즈음 치료를 위해 고향 안동에서 대구로 홀어머니와 함께 이사한 박씨는 대학 선배의 소개로 시민단체와 인연을 맺게 됐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행동에 나서게 됐다.

박씨는 “녹색인간을 등장시킨 첫 공연이었던 지난해 8·15 때의 앞산 삭발 퍼포먼스는 앞산터널 문제를 여론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박씨와 이씨는 그 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동성로나 2·28 공원등에서 환경문제를 주제로 여러번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17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리는 6개종단 소속 대학생들의 ‘평화씨앗캠프’에 참석해 녹색지구를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공연한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이은지 인턴기자(경북대 신문방송 졸)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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