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김구 선생 묘역 위에 있는 북한반공투사위령탑.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래공원 지하벙커·효창공원 반공탑 등…역사유적·부적절한 시설 맞서
군사용 벙커와 반공투사 위령탑 등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냉전시대의 구조물’들을 놓고 각각 보존-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 리모델링을 앞둔 문래공원의 지하 벙커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효창공원 안에 있는 반공투사 위령탑을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하 벙커 보존하자” vs “지하 생태계에 피해”=18일 ‘박정희바로알리기국민모임’ 회원 10여 명은 영등포구청 앞에서 “문래공원 안에 있는 지하 벙커를 보존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최소한 1세기는 지나야 역사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반 여론을 떠나 지하 벙커는 후세 역사가들이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로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 벙커가 있는 문래공원은 70년대 말까지 6관구 사령부가 주둔하던 곳으로 이후 경인 위수사령부가 들어섰다가 86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5·16 쿠데타를 위해 군사작전을 모의했던 곳이기 때문에 이곳은 아직도 ‘5·16혁명 발상지’라는 동판과 함께 박정희 흉상이 서 있다. 이 흉상은 2000년 11월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철거했다가 몇 달 뒤 다시 복원됐다. 지하벙커는 60년대 초반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32평 규모로 출입문과 방 5개를 갖췄다. 영등포구는 20억 원을 들여 2006년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지하 벙커는 지하수를 차단하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좋지 않아 장기적으로 철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정희바로알리기모임에선 ‘역사적인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벙커의 훼손된 부분을 전면 보수한 뒤 향후 시민단체와 함께 벙커를 공동관리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문래공원 지하 벙커는 ‘오욕의 역사 흔적’이기 때문에 보존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공원에 맞지 않는 반공기념탑 철거를”=독립공원 조성을 위해 리모델링을 앞둔 효창공원의 반공투사 위령탑도 논란거리다. 터 406평에 높이 7m로 조성된 이 위령탑은 69년 10월19일 이북5도민회가 주관해 건립했다. 왼쪽으로는 윤봉길·이봉창·백정기 삼의사와 임정요인들의 묘역을, 오른쪽으로는 백범의 묘를 내려다보는 ‘정수리’ 위치에 세워져 있다. 이 때문에 백범기념사업회쪽에선 “반공이 독립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될 수 없다”며 반대해왔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효창공원을 성역화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효창공원을 독립공원화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마련된 설계안엔 반공투사위령탑 철거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
‘효창원을 사랑하는 모임’ 김용삼 부회장은 “백범기념사업회 총회가 열릴 때마다 효창운동장 뿐 아니라 반공투사위령탑도 철거하라고 요구했지만 보훈처 등에선 반공단체쪽과의 갈등을 우려한 때문인지 변화가 없었다”며 “이번에 300억 원을 들여 효창원을 성역화한다고 하는데, 부적절한 시설부터 치우는 것이 우선이지 꾸미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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