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판결에 시민단체 “선분양 특혜 먼저 없애야”
자치단체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 책정에 간섭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공익을 위해 분양가를 제한하는 대신 선분양 특혜를 주었는데 이 판결로 공익은 사라지고 특혜만 남게 됐다”며 서민 피해를 우려했다.
대전지법 행정부(재판장 신귀섭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아파트 시행사인 ㈜드리미 쪽이 천안시를 상대로 낸 ‘입주자모집공고안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민간자본을 들여 사인 간의 거래를 통해 구입한 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에 대해 천안시가 분양가를 통제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행정기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아파트에 대해 공익상의 이유를 들어 가격통제를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법치행정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라며 “입주자 모집승인 제도를 법적 근거 없이 가격(분양가)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제도의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천안시는 “법원 판결은 존중하지만 분양가 상한선은 ‘분양가 등에 대해 지자체장이 포괄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건설교통부의 주택공급규칙에 따라 집없는 서민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각계 전문가 의견을 물어 정했다”며 “이번 판결로 유지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대전 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업체에 선분양 특혜를 주는 대신 공공이익 등을 따져 분양가를 제한해 왔다”며 “선분양 특혜 등을 먼저 바로 잡지 않은 채 가격을 시장에 맞기는 것은 아파트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집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주)드리미는 지난해 천안 불당동과 쌍용동에 297세대를 짓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뒤 평당 평균 분양가를 877만원(최초 920만원)으로 하는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냈으나 천안시로 부터 ‘상한가인 655만원을 넘는다’며 반려되자 소송을 냈으며 지난 6월 충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회사가 낸 모집공고 불승인 취소 청구에 대해 ‘천안시의 조처는 정당하다’며 기각 결정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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