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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정갈한 사찰 밥상…마음까지 넉넉해져요

등록 2006-09-01 21:11

부처님 공양 뜻 따라 운영
사람 몰려 천원씩 받지만
한달 1300만원 적자
1천원짜리 대중공양 조계사 ‘만발식당’

불교 신도가 아닌 사람들도 주말에 산에 오르면 절에 들르는 사람들이 많다.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도 그렇고 절에서 보는 경치가 빼어나기 때문에도 그렇다. 그리고 가끔씩, 담백하고 정갈한 절밥을 얻어먹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도심 속 사찰이지만,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도 불교 신도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있고 경내에서 잠시 마음을 쉬려 들르는 사람도 있다. 뒷골목으로 가기 위해 절을 통과하는 행인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오가지만, 조계사의 여러 전각 중 극락전은 아마도 가장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일 터이다. 이곳 지하엔 1천 원으로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만발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만발식당’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만발공양’에서 비롯됐다. 초기 불교 승가에서 부처와 그 제자들은 매 끼니 모두 탁발을 해 이를 똑같이 나눴다. ‘만발공양’은 승려들이 공양할 때 쓰는 바릿대(발)에 음식을 꽉 채워(만) 나눠 먹는다(공양)는 뜻이다. 본래 조계사는 ‘만발공양’의 취지를 살려 오랫동안 식당을 무료로 운영해왔으나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자 올해 2월부터 고육지책으로 1천 원씩 받고 있다.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1천 원씩 받아도 식당 운영으로 한 달에 1300여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그래도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인다는 공익적인 뜻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값이 1천 원이지만 재료의 신선도나 맛에선 가격을 따질 수 없다. 조계사 살림을 담당하는 원주스님은 장을 본 뒤 같은 재료를 만발식당과 총무원 전용 식당에 갈라 준다. 만발식당에서 8년째 ‘공양주 보살’로 일하며 조리를 지휘하는 김여래심(55)씨는 손맛이 뛰어나 총무원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이다. 지금도 틈만 나면 사찰음식 전문 서적을 들여다보며 메뉴를 연구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만발식당’을 계속 유지시켜온 건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크다. 매일 20여 명 정도가 나와 예닐곱 시간씩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밑반찬을 마련한다. 자신을 ‘샛별이 엄마’라고만 소개해달라는 한 자원봉사자(49)는 “9년 전 산후풍 때문에 고생을 하다 우연히 만발식당에서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며 “몇 년 동안 일하다 보니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건강해졌다”며 웃었다.

점심을 먹은 뒤 조계사와 맞붙어 있는 우정총국 기념 공원에서 시원한 초가을 바람을 즐겨도 좋다. 길만 건너면 인사동, 북촌이 가깝다.

글·사진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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