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 공방장(가운데)이 회원들과 함께 나무책장을 조립한 뒤 드릴로 못을 박고 있다.
식탁·의자…집들이 선물까지 만들어요
[도시와 생활] 일산 목공사랑방 ‘반쪽이공방’
도시는 도로를 건설하며 혈관을 확장하고 아파트 단지를 통해 살을 찌운다. 도로가 생기고 아파트단지가 막 들어서는 곳, 도시가 몸을 부풀려가는 경계 지역은 어수선한 활기가 넘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식사동도 그렇다 이 동네는 최근 길 건너 풍동지구가 입주를 막 시작했고, 이웃 동네 ‘고양가구단지’ 도 택지개발사업(식사지구)을 앞두고 있다.
박정화(49)씨가 운영하는 ‘반쪽이공방 일산지점’은 아직은 황량해 보이는 식사동에 둥지를 튼 ‘목공 사랑방’이다. 아파트 단지 내 교회 마당 한 쪽에 차려진 공방은 5일 문을 활짝 열어둔 채 향긋한 나무 향기로 손님을 맞았다. 회원제 공방인 이곳은 목공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굴러간다. 17만 원의 수업료를 내면 4주간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공구 사용법을 배우고 선반 같은 작은 가구를 만든다. 이후 10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정회원이 되면 공방에 나와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 디자인, 재료, 조립 방법을 함께 논의하는데다 기본적인 자재를 공방에서 직접 잘라주기 때문에 안전하고 실패작을 만들 가능성도 낮다.
이날 실톱으로 작은 나무 조각을 자르고 있던 ‘물푸레’(40·이곳에서는 주로 별명을 부른다)씨는 ‘나무 간판’을 만드는 중이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어린이도서관 ‘꿈꾸는 교실’이 파주로 이사하면서 새 간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꿈꾸는 교실’의 ‘ㅅ’을 막 잘라낸 그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편안해서 일주일에 2번 정도 공방에 온다” 고 말했다. 3년 전 반쪽이공방을 알게 된 물푸레씨는 그동안 식탁·의자·책상 등 집에서 필요한 웬만한 가구는 다 만들어봤다. 그가 요즘 어린이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자원봉사도 나뭇조각 조립 같은 목공예를 응용한 프로그램들이다. 박정화 공방장은 “살림을 다 갖추고 난 다음엔 ‘선물’의 단계로 돌입한다”고 말한다. 한 회원은 지금까지 똑같은 탁자를 18개쯤 만들어 돌·결혼·집들이 선물로 나눠줬다.
만드는 기쁨에 비례해 나누는 기쁨도 커진다. ‘반쪽이공방 일산지점’은 2년 전부터 ‘아름다운 하루’를 정해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있다. 나무 샤프, 연필꽂이부터 시디꽂이, 책장처럼 규모가 큰 가구까지 개성있는 가구 30여 점을 받아든 ‘아름다운 가게’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 공방장은 하루 행사로 500만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본래 학원 강사였던 박 공방장은 2002년 목공에 푹 빠진 뒤로 올해 초 학원을 접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직업에 대한 혐오도가 짙어지던 참에 나무를 만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된 거죠.” 그는 앞으로 시골에 ‘목공촌’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031)966-7608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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