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학천리 주민들 붕괴 우려 대책마련 호소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 최영달(76)씨는 지난 1월 마을 주변에 지역 건설업체인 ㅅ건설의 아파트 터 공사가 시작되고부터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집 바로 뒤 1m도 채 안 떨어진 곳에 집보다 훨씬 높은 4~ 높이의 옹벽이 들어섰다. 6월엔 옹벽 공사를 하던 굴착기가 집 부근으로 구르면서 삽날에 지붕이 부서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당했다. 건설회사 쪽은 원래 비스듬한 언덕이었던 땅에 옹벽을 쌓아 경사로를 평지로 만든 뒤 아파트 화단과 도로를 내려는 목적이었다.
최씨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언덕이 있던 집 뒷편에 옹벽이 들어서면서 올 여름 찜통더위를 겪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집 뒤 언덕이 갑자기 옹벽으로 변해버린 이 마을 주민 10여가구는 대부분 최씨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웃한 김은숙(29)씨 집에서는 여름 장마 때 옹벽에서 흘러나온 빗물이 웅덩이에 고여 마당으로 쏟아졌다. 아직도 마당 곳곳에는 황톳물이 흘러간 누런 자욱이 선명하다. 김씨는 “옹벽이 무너지지 않을까 불안하고, 내년에 또 황톳물이 쏟아진다면 이사라도 가야할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건설회사 쪽은 “대부분 옛집들이어서 경계나 측량 개념이 없이 집을 짓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진영기 포항시 주택과장은 “아파트 옹벽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회사 쪽이 주민 불편에 대한 보상을 다하도록 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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