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상의 ‘중소기업 민원 상담’ 제도화
“전문가 매달 2차례 공단 방문”
“일본에서 수입하는 티타늄이 너무 비싸요. 여러 업체가 힘을 합쳐 공동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세요.”
노동자 30여명이 일하는 ㈜명진안경(대구 북구 노원3가) 장한수 대표는 13일 “안경테자재인 티타늄 값이 너무 비싸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며 “공동구매를 통해 대량으로 티타늄을 일본에서 사들이면 가격을 20%쯤 깍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를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정안농산(대구 달성군 논공읍 본리리) 김승준 총무팀장도 “국내 농가에서 배추를 공동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대구 경제를 살려내자며 지난 7월 출범한 ‘희망경제 비상대책위’(공동위원장 김범일 대구시장,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가 최근 지역 중소기업 60여곳을 방문해 기업인들이 겪는 애로점 69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에는 공동구매 외에도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는 하소연도 포함돼 있다.
동화산업 최종태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인력채용이 어렵다”고 말했고, 금산레이져공업 권형수 대표도 “인력이 모자라 대표 내외가 야근까지 해야할 형편에 놓였다”며 “외국인 노동자도 무방하니 현장인력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사무용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장진영씨는 “내년 2월부터 공장에서 나오는 톱밥을 대구 위생매립장에 내다버릴 수 없게 된다”며 “톱밥을 버릴 수 있는 장소를 구해줄 것”을 요구했다. 성실섬유 조영광 대표는 “회사에서 정전이 잦아 피해가 막대하다”며 “전력설비를 보강해달라”고 한전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공단으로 곧바로 오는 차량이 없어 노동자들이 불편하다”(우창모직 이일교 대표) “성서공단 안에 순환버스를 운행해달라”(대성엔지니어링 박대성 대표) “공장 진입도로에 가로등이 없어 야간 교대근무가 힘들다”(에스케이텍스㈜ 황경환 사장) 등의 요구사항도 쏟아졌다.
대구시와 대구상의는 기업경영에 애로를 겪는 산업현장을 전문가 그룹이 직접 찾아가서 여러가지 민원을 한꺼번에 상담해주는 ‘유관기관 합동 에스오에스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에스오에스 컨설턴트는 금융, 세무, 노무, 무역, 특허, 환경 등의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해 한달에 2차례씩 공단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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