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체 더 못기다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이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에스케이(SK)그룹이 서울시에 기부하기로 했던 추모공원 건축비 400억원이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옮겨갈 전망이다.
12일 SK그룹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그룹은 행정도시에 화장시설과 납골당 등을 갖춘 추모공원을 지어 무상 기부하기로 했으며 다음주께 행정도시건설청·토지공사와 함께 시설 규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행정도시건설청은 도시개발기본계획에 따라 남면에 10만8천평의 묘지공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곳에 토지공사가 땅을 내놓고 에스케이그룹이 건축비를 대 화장로·납골당·장례식장 등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에스케이그룹은 98년 세상을 뜬 최종현 전 회장의 유지에 따라 2000년 서울시와 약정서를 체결하고 화장장을 무상으로 지어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화장장 터로 결정된 서초구 원지동 일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추모공원 사업은 6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계속해왔다. 현재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행정도시든 서울시든 화장 문화를 널리 보급해달라는 선대 회장의 뜻을 받들어 화장장을 지으면 된다”며 “주민들의 반대로 원지동 사업이 너무 오래 지체돼 행정도시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추모공원 건축비 기부를 철회한다는 것을 서울시에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 에스케이그룹은 서울시와 맺은 약속을 먼저 파기하는 결정을 내리기가 못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 반대’를 이유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원지동만 기다리다가는 2년뒤 돌아오는 최 전 회장 10주기에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도 내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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