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세종로네거리에 동서 방향으로 2개의 건널목이 새로 놓였으나, 비각 옆 잔디밭을 보호하기 위해 동아일보사와 교보빌딩 앞 보행섬 사이에는 건널목이 놓이지 못해 시민들이 30~40m를 돌아가야 한다. 강창광 기자
교보빌딩앞 고종 비각
보행섬 연결 안돼있어
시 “문화재 보호 위해” 문화재가 우선이냐? 보행 편의가 우선이냐? 지난 7일 개통된 세종로 네거리 건널목(사진)에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세종로와 태평로, 새문안길 등 세 방향 차로에는 각각 보행섬을 만들고 건널목을 서로 연결했는데, 유독 교보빌딩과 동아일보사 앞 보행섬을 잇는 동쪽 건널목만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동아일보사와 교보빌딩 사이의 건널목을 보행섬 사이에 놓지 않고 20여m 동쪽에 떨어진 예전의 건널목을 그대로 이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세종문화회관 쪽에서 동아일보사쪽으로 가려는 사람은 교보빌딩쪽보다 동화면세점쪽으로 가는 것이 동선을 줄일 수 있다. 동화면세점쪽으로 건너가면 바로 동아일보사쪽 건널목이 나오지만, 교보빌딩쪽으로 가면 보행섬을 거쳐 비각 뒤로 30~40m를 돌아가야 광화문 우체국으로 이어지는 건널목에 이를 수 있다. 이로 인해 먼 거리를 둘러가기 싫은 시민들이 차도를 따라 건널목쪽으로 ‘직행’할 수도 있어 교통사고 위험도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교보빌딩 앞의 ‘고종 즉위40년 칭경비’(비각·사적 171호) 보호 때문이다. 건널목 설계를 담당한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관계자는 “교보빌딩과 동아일보사의 보행섬 사이에 건널목을 놓으면 비각 옆 잔디밭으로 건널목이 연결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수십미터의 보행 편의 때문에 문화재 보호구역을 줄이는 게 부담스러워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행섬에 건널목이 들어서면, 보행섬과 교보빌딩 사이에 평균 1.5~2초당 한 사람 정도로 보행 통행량이 많아 종로에서 세종로로 우회전하는 차량 통행해 큰 방해가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며 “시민들이 차도를 이용해 건널목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안내판과 장애물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각은 1902년 고종 황제의 즉위 40년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비석에는 고종이 ‘황제’ 칭호를 쓰고 ‘광무’로 연호를 만든 일 등 업적들이 기록돼 있다. 비각 옆에는 한국 도로의 중심을 표시한 ‘도로원표’도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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