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상징인, 경주 최부잣집 고택 사랑채(사진)가 35년 만에 원래의 모습으로 부활했다. 경주시와 영남대는 28일, 경주 교동에 위치한 교촌가 고택에서 ‘경주 최씨 정무공파 교촌가 사랑 준공식’을 가졌다. 신라시대 요석궁이 있던 곳에 자리잡은 최부잣집 교촌가 고택은 30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중요민속자료 제27호로, 1971년 11월 화재로 큰 사랑채와 작은 사랑채를 모두 잃었다.
그동안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방치됐다가 지난해부터 경주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복원사업이 추진돼 5억3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제 큰 사랑채만이 옛 모습을 되찾게 됐다.
교촌가 사랑채는 많을 때는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정도로,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었던 열린 공간으로 유명하다. 구한말에는 의병장 신돌석 장군에게 피신처를, 면암 최익현 선생에게는 의병 수백 명과 함께 며칠동안 머물 곳을 제공했으며, 육당 최남선과 위당 정인보도 1년 이상 이 곳 사랑채에 머물며 <동경지>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또 의친왕 이강이 엿새를 머물며 당시 집주인이던 최준 공에게 ‘문파’라는 호를 적어준 일화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문파 최준 공과 백산 안희제 선생이 ‘백산상회’를 설립하고 임시정부를 후원하기 위한 독립자금을 모으는 데 머리를 맞댄 곳이기도 했다. 해방이후에는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구 대구대학 설립에 전 재산과 함께 기부돼 민족교육의 산실로 기록되고 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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