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인혁당 사건으로 숨진 고 송상진씨의 부인 김진생(78)씨가 남편의 비석 앞에서 울먹이고 있다.
인혁당 유가족 묘소참배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 지독한 죄를 씌우고…. 자식들 잘 컸고 이제 다 밝혀졌으니 편히 쉬소.”
25일 오후 3시 투명한 겨울 햇살 아래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를 찾은 김진생(78)씨는 남편 고 송상진씨의 비석을 어루만지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사춘기 자식들을 남기고 일터로 나갔다 1년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남편과 그 뒤 지나온 세월이 너무나 서러워서였다.
인혁당 유가족과 관련자들이 이날 오후 도예종, 하재완, 여정남, 송상진씨 등 인혁당 사건 희생자 4명이 잠들어 있는 현대공원묘지를 찾아 합동참배를 했다. 23일 서울지법에서 무죄선고가 내려진 재심 재판결과를 영령들에게 고하기 위해서였다. 합동참배에는 송상진씨 부인 김씨와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 여정남씨 동생 여규환(54)씨 등 유가족과 인혁당 사건 관련 생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묘비 앞에 무죄선고 기사가 1면에 실린 24일치 <한겨레>와 간단한 제수를 두고 묵념이 진행됐다. 이어 유가족을 대표해 입을 연 신동숙씨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가신 님들이 이제 편히 눈감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여정남씨의 동생 여규환씨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실 때도 형님 말씀을 하며 편히 눈을 못 감으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참배를 마친 이들은 흰 국화꽃을 한 송이씩 묘비 앞에 헌화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강창덕(80)씨는 “이번 판결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국가를 대표해 대통령과 당시 사법살인 관련자들이 유가족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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