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교복값이 사회문제가 되는 가운데 경북 안동 경일고등학교가 7년째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학교에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0년 겨울부터다. 당시 3학년 몇몇 학생들이 중심이 돼 뜻을 모은 뒤 학교 쪽과 상의해 시작했다.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멀쩡한 교복이 졸업하면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에서였다.
학생들이 세탁한 교복을 학교 생활지도부에 내면 교실 하나를 비워 만든 옷장에 전시해 후배들이 골라가도록 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메이커 있는 교복만 찾을 뿐 다른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재고가 쌓이기 일쑤였으나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교복값이 가계에 부담이 되면서 헌 교복을 찾는 손길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내놓기 바쁘게 새 주인이 나타나, 올해도 며칠 뒤 졸업하는 3학년생 203명 가운데 100여명이 교복을 기증했는데 20여벌의 동·하절기 교복만이 남아있다고 학교 쪽은 전했다. 지금은 주로 몸집이 커져 옷을 못 입게 되거나 입던 옷이 손상된 1, 2학년생들이 선배들의 교복을 물려 입고 있지만 학교 쪽은 신입생들에게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강인순 교감은 “학부모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선후배간 정까지 느낄 수 있어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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