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문을 연 대전 석교동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에서 동네 아이들이 강영희(책꽂이 앞 니트 티 입은 이) 관장과 자원봉사하는 엄마들과 어울려 책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 하고 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떠들고 뛰놀아도 좋은 도서관!
2500여권 양서…“아이들 즐거운 곳으로” “아이들이 떠들어도, 뛰어 놀아도, 책을 큰 소리내 읽어도 좋은 도서관이 있다면?” 대전 중구 석교동 아줌마들은 18일 문을 연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을 정말 이렇게 운영하기로 했다. 알짬은 ‘여럿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을 뜻하는 우리말로, 어린이와 주민들이 책을 빌리는 도서관에서 벗어나 책을 읽어주고 책과 함께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이다. 석교동 자활후견기관 2층에 있는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은 66㎡의 작은 공간이지만 5개의 방에 주민들의 기쁨을 담은 책 2500여 권이 빼곡하다. “놀이방 될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책읽고 싶으면 옆에서 말타기를 하건, 누가 노래를 부르건 상관하지 않아요. 놀면 따라서 같이 놀고, 책보면 따라서 책읽고 그러거든요.” 관장을 맡은 강영희(39·주부)씨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는데 주민들이 힘을 모으니 막연하기만 했던 꿈이 이뤄졌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 사이에 자유로운 마을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이 얘기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부터다. 아이들이 떠들고 장난하는 게 당연한데도 공공도서관에서는 ‘공부하는 이들에게 방해된다’고 혼나고, 서점에 가면 유해 도서들 속에서 책을 골라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단다. 김제선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마을 어린이도서관 건립 제안에 눈이 뜨인 주민들은 3여 년 전부터 경기도 일산의 느티나무도서관 등을 견학하며 우량도서가 가득한 아이들의 자유공간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의 꿈은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 의제로 채택되고 대전참여연대의 도움을 받으면서 빠르게 진행됐다. 추진위원들은 비어있는 건물을 빌리고, 어린이도서연구회 등이 우량도서로 추천한 책을 모았다. 추진위원 가운데 주부 6명은 자원봉사를 위해 짬을 내 어린이 책을 공부하는 등 준비기간을 거쳐 마침내 지난 1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는데 벌써 가족회원이 80가정에 220여명을 넘어섰다. 알짬마을어린이도서관은 올 해 도서관 열쇳말을 ‘우리 문화를 알자’로 정하고, 두 번째와 네 번째 토요일에 우리 놀이문화와 박물관 답사를 한다. 또 동네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셔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시간도 마련했다. “알짬도서관이 어린이, 가정, 동네주민은 하나라는 공동체 문화를 튼튼하게 잇는 구실을 하고 이를 견본으로 해 대전에 작지만 알찬 마을어린이도서관이 많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의지로 꿈을 이뤄낸 석교동 아줌마들의 바람이다. (042)283-7778.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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