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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왜 짤랐는지 이유도 안밝히고…”

등록 2007-04-12 22:33수정 2007-04-13 14:11

12일 오전 10시, 코오롱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축사를 하는 이웅렬 회장에 항의하는 코오롱 해고자들을 회사직원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 연정 제공
12일 오전 10시, 코오롱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축사를 하는 이웅렬 회장에 항의하는 코오롱 해고자들을 회사직원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 연정 제공
구미 코오롱 노조활동가 등 2년여 복직투쟁

구조조정 당한 78명 분통

“제가 왜 구조조정 대상이 됐는지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12일, 경북 구미시 코오롱 50주년 기념 행사장 부근에서 만난 코오롱 해고자 성치만(42)씨는 해고 2년동안 겪은 어려움을 절절히 털어놓았다. 성씨는 2005년 1월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 간부는 이유를 묻는 성씨에게 “노래방에서 잘 못놀아서”라고 농담을 던졌다. 성씨는 “아내가 일이 생겨 면회실에 찾아와 5분만 시간을 내라고 해도 근무 중에는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돌려보낼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며 “2003년에는 365일 가운데 360일을 근무한 적도 있는데 돌아보니 그렇게 산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짐작가는 사유는 조합원으로서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 사수대 일을 맡았던 것 뿐”이라며 “아직도 회사는 내가 대상자로 선정된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2004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64일의 총파업이 끝난 뒤 코오롱 쪽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등을 들어 2005년 2월 21일 주로 노동조합의 전·현직 간부나 활동가였던 78명의 조합원을 정리해고 했다. 노조 쪽은 정리해고 대신 임금삭감 수용 등을 제시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회사 밖으로 내몰린 이들은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회를 구성해 2년동안 단식·노숙, 삼보일배, 철탑고공농성, 청와대 앞 크레인 점거, 회장집 방문을 하고 소송을 내며 싸워왔지만 아직도 복직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회사 밖의 삶은 가혹했다. 지난 2년동안 성씨는 아내가 휴대폰 공장 야근직원으로 나가 받는 90만원의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아빠는 복직투쟁,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이 아이들은 방치됐고 성적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성씨는 “복직투쟁을 하는 것은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라며 “구미인력시장에서는 월급 100만원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고, 정규직장에서는 코오롱 해고자는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코오롱 구미공장 운동장에서는 창립 50주년 기념식과 체육대회 등 각종행사가 펼쳐졌다. 행사장 밖 정문에서는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및 민주노총 회원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리해고를 규탄하는 민주노총의 집회가 열렸다. 오전 10시께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축사를 위해 연단으로 올려가자 운동장 담장을 넘어 항의하려는 노동자들과 이를 막는 코오롱 직원및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회장이 축사를 마치고 내려간 뒤 연예인의 사회와 치어리더들의 지도에 따라 화사한 체육복을 입은 직원들이 경쾌한 댄스에 맞춰 춤을 추었다. 수백m 떨어진 집회장에서는 얼마전까지 같은 회사원이었던 이들이 붉은 조끼를 입고 복직을 외치며 울부짖고 있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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