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맨해튼 지구의 중심인 타임스 스퀘어
뉴욕시 시민단체 조사결과
전문가들 “서울도 혼잡통행료를”
전문가들 “서울도 혼잡통행료를”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무료 주차장이 도심 교통체증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시의 시민단체인 ‘트랜스포테이션 얼터너티브’(교통 대안)가 지난 3월 스칼러 컨설팅에 맡겨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뉴욕의 맨해튼 중심업무지구(CBD)에 들어오는 운전자 가운데 25%만 스스로 돈을 내고 주차하고, 33%는 무료로 주차하고 있었다. 또 39%는 그냥 통과했으며, 4%는 사람·물건을 싣고 내리기 위해 정차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운전자 16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맨해튼 중심 업무지구에 주차하는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운전자의 57%가 무료로 주차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38%는 공공기관이나 회사로부터 주차장을 무료로 제공받거나 주차비를 지원받았으며, 19%는 주차 미터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갓길에 무료 주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차장을 무료로 쓰는 운전자 가운데서는 공용 주차장 사용을 허가받은 공무원, 기업주가 제공한 주차장을 쓰는 회사원, 공사 현장에 주차하는 건설 노동자, 주차가 사업 지출에 포함되는 자영업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반면 스스로 주차료를 내는 운전자는 도심의 차고나 주차장에 대는 운전자 38%, 미터기가 있는 갓길 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 5% 등 43%였다. 이 보고서는 “과거 연구는 맨해튼 도심에서의 주차장 비용이나 주차장 이용가능성에 따라 자가 운전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으나, 이번 연구는 무료 주차가 자가 운전을 유도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값싼 갓길 미터기 주차장도 사람들이 도심에 차를 몰고 들어와 주차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운전자들은 일반 주차장에 한번 주차하는 데 평균 24.4달러를 내는데, 갓길 주차장은 한번에 평균 1.7달러를 내 무려 14배의 차이가 났다. 일반 주차장과 갓길 주차장의 이용 비율은 각각 71%와 29%였다. 이 보고서는 “자가 운전 차량을 줄이기 위한 주차 요금 인상 정책은 맨해튼을 미국에서 가장 주차료가 비싼 지역으로 만들었으나, 다수의 사람들이 주차 요금을 내지 않거나 값싼 갓길 주차장을 사용함으로써 이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는 맨해튼 도심에 들어오는 차량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 주차장 무료 제공 제한 △갓길 주차장 요금을 올리고 갓길 빈 자리에 주차장 설치 △기업 주차장 무료 제공 제한 △자가 운전 통근을 중단하는 직원들에게 주차 보조금만큼의 현금 지급 △맨해튼에서 혼잡통행료를 제도화 등을 제안했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에서도 직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공공기관·기업 주차장을 유료화하거나 도심 주차장의 요금을 올리고, 대중교통 이용자를 지원해야 한다”며 “앞으로 영국 런던처럼 도심에서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부장은 “현재 서울에서 자율 요일제에 참여하는 차량만 공공기관 주차를 허용하는데, 민간 기업에서도 이를 확대해야 한다”며 “도심 혼잡통행료와 강제적 부제 실시는 운전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당장은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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