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평 수수밭에 그린 ‘만종’
차호철씨, 폐비닐과 톱밥으로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명작 <만종>(1859)을 경북 의성군의 한 수수농장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에서 흔히 보는 일반 그림과 달리 1만여평의 너른 벌판에 펼쳐져 있는 이 그림은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야 해 저물 무렵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의 그림을 구경할 수 있다. 이 그림은 경북 의성에서 수수농원을 운영하는 차호철(36)씨가 그렸다. 그는 수수를 거둬들인 뒤 다시 파종에 들어가는 3월 초 농촌에서 버려지는 검은색 폐비닐과 수수농장에서 재배하고 남은 수수, 톱밥 등을 이용해 이 그림을 그렸다. 수수밭 그림은 처음 그렸을 때와 달리 그림 주변에 심은 수수가 자라면 초록 빛을 띠는 등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바뀌는 ‘자연의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차씨는 내년 1월 수수를 수확한 뒤에는 다른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따라서 하늘에서 감상하는 밀레의 <만종>은 올해만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처음 수수농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에는 그리스신화에서 풍요와 농업의 여신으로 나오는 ‘데메테르’를 그렸다.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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