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고 권정생씨가 살던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 언덕 아래 개울가 오두막집
일부 주민 “고인 철거 원했다” 주장…유족은 “보존해야”
“무소유를 실천한 고인의뜻에 따라 헐어야 한다.” “잘 보존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교육장으로 써야 한다.”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씨가 살던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 언덕 아래 개울가 오두막집(사진)을 두고 허물자는 의견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 이 집은 권씨가 1968년 조탑리에 정착해 시골 예배당 종지기로 외롭게 문간방 생활을 하자 82년 마을 청년들이 흙벽돌을 찍어 직접 만들어준 토담집이다. 연면적 7평 정도에 부엌과 작은방 두 개가 전부로, 생전 권씨가 쓰던 책상과 책꽃이 외에는 집 전체가 책으로 가득차 있다. 권씨는 45살 때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며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써 왔다. 일부 지인들과 집을 지을 당시 참여했던 몇몇 주민들은 ‘무소유’를 실천했던 권씨가 생전에 “내가 죽으면 오두막집이 흉가가 되니 집을 헐어 자연으로 깨끗이 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은 “집을 철거하기 바라는 권씨의 육성녹음도 있다”며 “육신을 화장해 부모님 묘소와 빌뱅이 언덕 등에 뿌렸듯이 집도 자연으로 돌려주는 게 선생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정생과 함께 하는 모임’과 유족들은 “분단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짊어지고 살다가신 선생의 유일한 유산을 보존해 어린 세대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철거에 반대하고 나섰다. 권씨 장례 때 호상을 맡았던 안상학(46·시인)씨는 “자치단체가 무슨 문학관 같은 거창한 기념물을 세우겠다고 나서도 문제지만 선생의 지나가는 말을 빌미삼아 집을 허물어 버리는 것도 후세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동/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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