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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생각이 다른 죄, 너는 사형이다’

등록 2007-05-24 23:21

인혁당사건 무죄판결 기념 연극 ‘심연’
인혁당사건 무죄판결 기념 연극 ‘심연’
[사람과 풍경] 인혁당사건 무죄판결 기념 연극 ‘심연’
깨지않는 악몽같은
죽음 앞둔 18시간 그려

웅크린 수인이 멍하게 허공을 응시한다. 무대 뒤쪽 스크린에 피처럼 붉은 글씨가 투사된다.

“너희들은 반국가단체를 조직했다 죄수번호.”

24일 오후, 대구 중구의 한 지하소극장.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심연> 의 공연을 앞둔 막바지 연습에서 배우 이철진씨가 죽음을 앞둔 주인공 수인의 독백을 연습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뒤로 두 사람이 다가온다… 그들은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그들은 내 꿈속에서 항상 다리를 절고, 팔이 굽은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언제나 어쩌면 나는 이 꿈을 계속 꿔야 할 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사람이 사람을 버리지 않는 그날이 올때까지….”

다음달 1∼2일 대구 수성구 범물동 용지네거리에 새롭게 문을 연 소극장 가락스튜디오에서 연극모임 ‘하늘과 꿈’이 4·9 여덟 인혁 넋에게 바치는 연극 <심연>의 막을 올린다. 이 연극은 최근 인혁당 사건 무죄 확정을 기념해 민족예술인총연합 대구지회 후원으로 무대에 올리게 됐다. 대구시의 기초예술진흥기금도 지원 받았다.

<심연>은 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과 극적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 죽음을 앞둔 수인이 18시간 동안 어두운 독방에서 겪었을 외로움과 두려움, 허탈과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자유로운 감정의 흐름에 따라 무대 위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사형이 확정되는 날 새벽, 왠지 불안감을 느끼며 잠에서 깬 수인은 다시 잠들지 못하고 과거의 일들과 재판 및 심문과정을 회상한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그는 마침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주인공 수인역은 <날개짓>, <사람이 있는 풍경> 등에 출연한 지역 중견 배우 이철진씨가, 심문자 역은 권순정씨가 맡았다.

인혁당 사건은 지난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것으로 어떤 이들은 이 사건이 종결됐다고 하지만 <심연>의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신철욱씨의 생각은 다르다. 신씨에게는 “끝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뿐 아니라, 이 땅에서 과거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많은 이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혁당은 30년전 과거의 사건일 뿐이며 이제는 끝난 것인가를 묻고 있다. 신씨는 “터무니없는 사법살인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과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사상적 풍토는 여전하다”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이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야만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극단 ‘가인’의 대표를 지낸 신씨는 1994년 <한 사람의 노래는>으로 삼성문예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고, 2003년 11월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작 <노을 앞에서>를 쓰기도 했다. 입장료 1만원, 공연시간은 오후 5시, 7시30분 모두 4차례다. (053)781-1804.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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