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과일가게’
대구 명물 ‘양심 과일가게’…3년째 운영
주인없는 과일가게가 대구시내에 생겼다. 손님이 맘대로 물건을 고른 뒤 양심적으로 돈을 놓고 가면 된다. 대구 파크호텔에서 고모역으로 가는 길옆에 무인 판매대를 설치해 과일을 팔고 있는 여환욱(54)씨의 ‘양심 과일가게’가 바로 그 곳이다. 여씨는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고모령 아래 6천여평의 과수원에서 체리와 매실, 자두, 복숭아, 포도 등을 재배하고 있는 농업경영인이다. 그는 지난 5월부터 도로변 판매대에 올해 직접 재배한 과일과 함께 비닐봉투, 가격표 등을 놓아두고 손님들이 필요한 만큼 과일을 담아가되 각자 알아서 돈을 두고 가도록 하고 있다. 양심 과일가게가 운영되는 동안 여씨는 농장일이나 가사를 돌보면서 이따금 비어있는 과일을 채워둘 뿐이다. 그는 “부부가 모두 농사일이 바빠서 가게일은 신경을 쓸 틈이 없다”고 말했다. 여씨가 이런 양심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 그 전에는 여씨가 거둬들인 과일을 여씨의 어머니가 직접 팔았지만 4년전에 어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일손이 부족해 과일을 팔 수 없는데도 손님들이 자꾸만 찾아와 ‘양심 과일가게’를 냈다. 여씨는 “저녁에 돈 통에 든 돈과 손님들이 가져간 과일 양을 계산하면 오차가 별로 없고, 이따금 잔돈이 모자란다고 손님이 전화를 걸어오면 부족한 채로 그냥 가져가라고 일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씨의 가게를 다녀가는 손님은 하루 평균 40~50명선. 대구시민들의 양심을 믿고 가게를 열었다는 여씨는 “양심적으로 물건을 구입해주거나 이곳의 과일 맛을 못 잊어 찾아주는 손님들이 더없이 고맙다”며 “주인없는 가게를 열어도 괜찮을 만큼 우리 사회에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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